국회가 2주 만에 식물국회를 면하게 됐다. 민주당이 조건 없는 등원을 결정해서다. 그렇다고 쟁점법안 처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민주당은 전선만 원내로 바꿨을 뿐 종전 입장에서 변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법 비정규직법 금융지주회사법 집시법 교육세폐지법 등 5대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 격돌이 예상된다.

등원결정 왜

민주당이 등원을 결정한 데는 등원 거부에 대한 명분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는 내부 판단에서다. 등원 거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30%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민주당 지지율은 다시 10%대로 주저앉았다. '집토끼라도 확실히 잡아두자'며 등원거부를 외쳤던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묻혀 있던 등원파들의 목소리가 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과 정책공조를 펼치면서 민주당을 포위해오고 있는 최근의 정국 상황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자유선진당과 손잡고 미디어법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경우 자칫 명분뿐 아니라 실리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효석 의원은 "처음부터 들어가서 싸우자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으나 원내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말을 아꼈다"고 말했다.

쟁점법안 처리는

12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당초 여권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법안은 정무위원회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비롯 총 158건이다. 민주당의 등원거부로 임시국회의 절반이 소모된 만큼 한나라당은 이번 주 안에 상임위에서 '처리' '유예'여부를 결정하고 법안 심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경우 13일 세종시법 처리를 위한 소위를 열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 중심으로 의결한 후 14일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또 공무원 연금 적자 개선을 위해 연금보험료를 올리고 수령액은 낮추는 공무원연금 개정안과 지자체 간 자율통합을 촉진하는 법안도 처리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집회 참가자의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등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은 사회적 논란을 고려,다음 회기로 넘기기로 했다. 행안위 관계자는 "상임위 개회가 늦어지면서 세종시법 처리를 위한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 일단 시급한 법안부터 처리키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최대 쟁점인 미디어법이 계류 중인 문방위도 13일부터 사흘간 상임위를 열어 민주당의 대안법안 등에 대한 토론 후 처리 수순에 들어간다. 문방위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13일까지 시한을 정해놓았으니 그때까지 민주당과 합의가 안되면 이후 절차를 밟겠다"며 강행 처리 의지를 내비쳤다.

교원평가제 법안과 교육세법 폐지안이 쟁점 현안인 교과위는 교육세법 폐지추진을 일단 중단키로 했다. 교과위 관계자는 "위원장이 야당인데다 여야 합의가 되지 않은 채 단독처리할 경우 사회적 반발이 일 수 있는 있는 휘발성있는 법안들이라 이번 회기에 처리가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호/구동회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