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선서 `캐스팅보트' 역할

요즘 여의도 정가에선 `충청연대론'이 단연 화제다.

직접적 이해 당사자인 자유선진당이 12일 "연대논의가 없다"며 거듭 진화에 나섰지만 곳곳에서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밀월 기류가 완연하게 느껴지면서 충청연대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여권이 구애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단순한 정책공조를 넘어 예전의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처럼 인적교류를 포함한 양당간 큰 틀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현정부들어 선진당과의 연대 내지 공조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조각 때와 지난해 7월 개각 때 `충청 총리론'이 불거진 데 이어 이번에 세번째다.

이처럼 169석의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소수 야당인 선진당에 대해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뭘까.

그 답은 역대 대선에서 찾을 수 있다.

표심이 영.호남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지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원'인 충청권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고, 충청 민심을 잡는 쪽이 결국 승자가 됐다.

실제 1992년 14대 대선에서 민자.민주.자민련 3당 합당으로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와 동지적 관계를 형성한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충청민심을 확보해 대권을 차지했다.

반대로 1997년 15대 대선에서는 `DJP 연합'을 이뤄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승리했다.

이어 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승리를 이끌어 낸 큰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충청민심을 움직인 `수도이전 공약'이었다.

다만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에 충청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대신 수도권이 대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선이 3년5개월여나 남은 현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벌써 충청권에 공을 들이는 것은 역대 대선결과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수도권의 충청권 인구 구성 등을 감안하면 충청권이 일정부분 키를 쥘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 여권 내부의 복잡한 사정도 충청연대론을 앞당겨 등장케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진보좌파 진영이 속속 결집하면서 고질적인 좌우, 영호남 대립구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고 여당 내부의 계파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충청연대 카드를 잘만 활용하면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향후 개각시 `충청 총리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전국적으로는 압승을 거두고도 충청권에선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여권 입장에선 충청권을 내 편으로 만들지 않고서는 다음 번 선거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지역을 아우르고 화합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충청 총리'만한 카드가 없다"며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양당간 움직임이 구체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심인성 기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