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은 美버지니아대 문리대학장 전망

"북한 입장에서 옵션(선택지)이 별로 없듯이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미국과 한국은 북한과 다시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한국계 동아시아 전문가인 우정은(50.여) 미국 버지니아대 문리대학장은 9일 북한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우 학장은 이날 출국전 연합뉴스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조지 부시 행정부 이후 여러 강경책을 써봤지만 결국 성과가 없었지 않냐. 하지만 우리는 협상을 끝까지 밀어붙여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제제재 등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재 수단 역시 "예전에도 해 본 일이지만 한계가 있다.

지금은 어떤 대북 정책이 효과적인지 말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미 정부내에서도 아직 핵심 담당자가 발령나지 않는 등 태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 대(對) 아시아 정책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있으며, 말은 강하게 나오지만 책임있는 정책을 못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의 남북경색 국면을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과 북한의 후계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판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취해야 할 가장 현명한 방안에 대해서는 "이제껏 북한 정책에 있어 중국이 가장 인내심있게, 어떤 면에서 지혜롭게 다뤄 온 듯 하다.

한국도 중ㆍ미 사이에서 조화로운 협력관계를 이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 학장은 한국의 좌우대립 심화와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에 대해서는 "민주주의에서는 합의뿐 아니라 대립과 마찰도 중요하다.

시끄럽다고 대립 자체를 막아선 안 되며 의견차를 어떻게 공론화하고 해결책을 찾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유수대학 학장에 임명된 우 학장은 1996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의해 백악관 자문위원으로 임명돼 미국과 태평양 지역의 무역 및 투자 정책에 대해 조언을 했다.

또 미 무역대표부(USTR)와 세계은행(IBRD), 아시아개발은행, 아시아 재단, 맥아더 재단 등의 정책 자문역을 맡는 등 폭넓은 활동을 해왔으며 '한국전쟁의 기원'의 저자인 미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부인이기도 하다.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