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 선진 보수연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선진당 인사의 입각설에 대해 "정책이나 정치적 연대 · 공조를 한다고 하면 그런 틀 위에서 총리고 장관이고 하는 것은 좋다"고 '선(先) 연대 후(後) 내각참여' 입장을 밝혔다. 연대를 전제로 비정규직법 · 미디어법 · 세종시법에 이어 인사 문제까지 공조가능성을 시사,보수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코드 맞추는 두 당

최근 두 당의 거리 좁히기가 가시화된 시발점은 인사였다. 여권이 먼저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충남 출신인 천성관 · 백용호씨를 지명하면서다. 재보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끌어안기에 나선 것이다.

이어 한나라당이 주요 정책 현안에서 선진당의 중재안을 적극 수용하면서 거리는 더욱 좁혀졌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말 선진당의 검찰개혁특위 구성 제안에 대해 '수용'으로 입장을 바꾼 데 이어 미디어법과 관련, "선진당이 내놓은 대안을 갖고 긍정적으로 협상하겠다(안상수 원내대표)"고 했다.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서도 선진당이 제시한 '1년 6개월 법시행 유예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같은 날 한나라 · 선진당 의원들만 참석한 국회 행안위 소위에선 행정도시 명칭을 '세종특별자치시'로 하고 법적 지위를 '광역자치단체'로 한다는 데 합의했다. 지난 4월 한나라당이 정부 직할 특별시는 어렵다고 한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앞서 선진당은 지난달 29일 전격적인 국회 등원 결정으로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부담을 덜어줬다. 이처럼 양당의 직 · 간접적인 공조가 강화되는 추세다. 이 총재의 언급은 단순히 선진당 인사의 총리 · 장관 발탁차원이 아니라 전면적인 양당의 연대를 주문한 셈이다.


◆보수연대 과연 성사될까


이명박 대통령이 꽉 막힌 정국의 돌파구를 '보수연대'에서 찾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면서 실현여부가 주목된다. 일단은 낮은 수준의 '정책공조 · 연대'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뿌리가 같은 만큼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그 이면엔 차기 권력까지 염두에 둔 '큰 그림'이 숨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보수결집과 영남과 충청의 지역연합의 그림을 넘어 차기 구도까지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친이명박계가 선진당과의 연대를 통해 차기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총재는 차기를 위해선 거여와 손잡는 게 불가피하다. 성사 여부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있을 개각에서 판명날 것으로 보인다. 선진당 소속 인사나 충청권 인사의 중용 여부가 기준이다.

하지만 부정적 기류가 없는 건 아니다. 당장 한나라당 내부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의도로 비쳐질 경우 친박계의 반발이 예상된다. 선진당 내부에서도 "자칫 여당 2중대로 전락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낙관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어 성사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