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용호 `외부감독위' 설치 부정적

국세청의 인사개혁은 대폭으로 신속히 이뤄지는 반면 조직개편은 신중한 태도 속에 다소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조직개편은 앞으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진행하겠지만 인적쇄신은 고위직, 간부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고위직 변화 필요" 대폭 쇄신 전망


백 후보자가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위직, 간부직의 변화가 좀 필요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언급, 고위직 인사쇄신을 시사했다.

이는 외부 인사인 백 후보자가 취임할 경우 고위직을 비롯한 대대적인 인사쇄신이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나온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백 후보자는 지나친 인사쇄신으로 유능한 인재가 너무 일찍 민간 부분으로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유능한 인재를 잡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인사순환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겠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일부 지방청장과 일선 세무서장이 명예퇴직을 하면서 인사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대대적인 인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청장 취임 이후 인사가 추진된다면 본청과 서울청의 인사ㆍ감찰ㆍ정보, 심층조사 등 주요 보직 등은 인사조치의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특히 백 후보자가 고위직의 변화 필요성을 언급, 허병익 차장을 비롯한 국세청 국ㆍ과장급 주요 보직의 변화가 주목된다.

학자 출신인 백 후보자는 국세청 주요 보직을 장악하고 있는 행정고시 출신들과 선ㆍ후배 관계가 형성돼 있지 않아 과감한 인사를 단행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조직개편은 신중하게

인적쇄신과 별도로 국세청 조직개편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백 후보자가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 개혁은 점진적으로 충분히 심사숙고해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백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고 정식 취임하면 인적 쇄신과 함께 조직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예상해 왔던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청와대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국세행정선진화 방안을 논의해 왔고 차기 청장 취임에 맞서 거의 완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초 TF의 개혁안 초안에 담긴 골자는 미국 국세청(IRS)의 편제를 반영해 지방국세청 폐지를 통해 조직구조를 본청-지방청-세무서 3단계에서 본청-세무서 2단계로 축소하고 직원 비리를 감시할 외부 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백 후보자는 이날 국세청을 감시.감독할 외부감독위 설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백 후보자는 "지금도 (국세청이) 충분히 감사원 등을 통해 감독을 받고 있다"며 "외부에 감독위를 설치하는 것은 옥상옥일 수 있어 내부에 설치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는 지방청 폐지에 대해서는 저항의 기류가 강했지만 외부 감독위원회 설치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백 후보자의 심사숙고 발언으로 이런 분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백 내정자가 취임하고 나서 국세청의 업무가 돌아가는 상황을 완벽하게 파악하려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며 "그 이후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