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국방부 등 주요 정부기관과 민간의 대형 인터넷 사이트들이 지난 7일 밤 동시에 해킹을 당해 한동안 서비스가 중단된 데 이어 어제도 일부 정부 사이트에 접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인터넷 가입자들이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해 불편을 겪는 등 혼란을 빚고 있다. IT강국으로 자부해 온 우리나라가 미확인 해커의 '사이버 테러' 공격에 그대로 노출되는 상황이 재연된 셈이다.

물론 이번 공격은 보안이 취약(脆弱)한 이른바 '좀비 PC'를 경유해 네트워크에 과부하를 유발시켜 특정 웹사이트에 대한 접속만을 어렵게 하기 때문에 문서유출,업무마비 등 피해는 전혀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날로 치열해지는 정보전쟁 시대를 맞아 국가 중추기관의 전산망조차 번번이 해킹 당하는 것은 우려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세계 각국은 총성 없는 사이버 전쟁에 돌입한 지 오래다. 특히 해커의 공격에 대비해 사이버 특수부대를 창설하고 전산망 보안장벽을 설치하는 사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가안보국이 중앙정보국 등 14개 기관을 통할하고 있으며 일본도 내각 조사실을 통해 정보전 수행능력을 제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국가 차원에서의 사이버 위기관리 기능이 미약할 뿐 아니라 정보보호 분야에 대한 투자 또한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게다가 기업의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책은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사후 약방문'식으로 문제가 터진 후에 처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년 한햇동안 하루에 22건꼴로 공공기관의 사이버 침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된 국가정보원의 자료에서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경각심(警覺心)을 갖고 국가 차원에서 근본적인 사이버 테러 대책 수립을 서둘러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도 국정원 등 관련 기관간의 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사이버 테러 방지와 규제를 위한 법적 ·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강구해 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민간 정보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맞춤형 사업을 제시하고 서브시스템 관리 및 대응업무 등과 관련한 가이드 라인을 보급할 필요도 있다. 기업 또한 정보보안 투자확대,보안기술 개발,전문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