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돈 버는 방법을 가장 잘 아는 조직이다. 지방자치단체 또는 정부가 자신의 입맛대로 기업활동을 유도할 수 없다. 규제가 많은 지역이어도 돈 벌 여지가 있으면 찾아 들어오고,각종 인센티브가 있어도 타산이 맞지 않으면 쳐다보지 않는 조직이 기업이다.

류화선 파주시장(61)은 혁신도시에 대해 "이런 기업의 생리를 무시하고 만든 프로젝트"라고 비판한다.

혁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공기업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처리한 점이다. 현재 각 지역마다 공기업의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토지를 조성해 놓았다. 지역에 내려갈 해당 공기업에 최적의 입지를 찾아낼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

하지만 이미 혁신도시는 정부가 부지를 선정하고 토지 보상까지 끝내놓은 상태다.

"바로 그게 문제다. 그곳은 더이상 '혁신'도시가 아니다. 지자체든 기업이든 혁신이라는 용어를 쓰려면 비용 증가 없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혁신도시는 실제 이전할 공기업들의 규모나 경영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비용을 들여 짓고 있다. "

그렇다 하더라도 해당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할 부분은 있지 않겠나.

"지자체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분야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시유지를 공짜로 제공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세금을 깎아 줄 수도 없다. 파주의 LGD 단지는 파주시의 노력이 주효했던 게 아니라 중앙정부와 경기도,LG의 합작품이라고 봐야 한다. "

지자체 역할을 너무 폄하하는 것 아닌가.

"원칙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가 나서서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 어긋난다. 다만 기업이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은 지자체의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이다. 파주시청이 '스피드 행정'을 지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LG가 왜 파주를 선택했다고 생각하나.

"파주에 LGD가 생긴 것은 교통 접근성이 좋고 고급 연구인력을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다. 파주는 공항과 항만이 가깝고 서울에 인접해 있다. 수도권에 위치하다 보니 각 대학들의 고급 인력을 데려오기도 쉽다. 정부 차원의 독려도 있었겠지만 결국 LG가 파주를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돈을 더 잘 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