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기러기 공화국.'세종시,혁신도시 등 전국에 11개 신도시가 문을 열 2012년 이후 예상되는 모습이다. '강제 이주' 명령을 받은 9부2처2청의 과천청사 직원들과 공기업 직원 상당수는 자녀 교육을 위해 아내와 자녀를 해외로 보내는 '기러기 아빠'와 비슷한 신세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부동산 · 교육 등 상당 부분의 서울 · 수도권 우위 현상이 여전한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지방행을 선택할 공무원과 공기업 임직원은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형 공기업 A사가 작년 11월에 실시한 설문 조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전 직원의 32.5%만이 혁신 도시 예정지로 갈 수 있다고 답변했다. 33.8%는 "명령이 나오면 따르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나머지 33.7%는 명령이 나더라도 갈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직원들 중에서 가족을 동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64.3%가 홀로 가겠다고 답했다. 가족 일부만 데려간다는 답변도 16.8%였다. 2006년 4월 과천청사 내 부처별 공무원 3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81.5%가 "수도권 집을 팔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6명은 혼자 또는 가족의 일부만 세종시로 이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인지 공기업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사택,기숙사 등 주거 시설을 마련하는 문제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이사 비용을 가구당 169만원으로 책정,사실상 '나홀로 이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다. 아파트 소형 평수에 거주하는 가구가 이사를 하려 해도 1000만원가량을 이사 비용으로 써야 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결정이다. 최근 정부 승인을 받은 이주 수당은 1인당 3년간 월 30만원이다. 단신 부임을 전제로 이사비 지원을 결정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이 가장 큰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자녀 교육이다. A사 설문조사에서도 홀로 이주하는 사유에 대해 50.1%가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서울대 합격자를 기준으로 본 서울 · 수도권과 지방의 교육 편차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나라당 김세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지역의 서울대 합격생은 2006학년도 1248명에서 작년엔 1273명으로 늘었다. 경기도도 470명에서 489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부산은 같은 기간 258명에서 225명으로 감소했고,울산 역시 63명에서 56명으로 줄었다. 경남은 더욱 심해 2006년 167명이던 서울대 합격자가 2008년엔 128명으로 감소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에 한 명 이상 합격자를 배출한 고등학교도 서울 · 인천 · 경기지역은 총 394개교인 반면 부산 · 울산 · 경남지역은 143개교에 불과했다.

김형국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는 "기러기 가족은 현대 한국의 가장 분열적인 사회 병리 현상"이라며 "자녀와 어린 시절을 함께 하지 못하는 등 개인들이 치러야 할 비용뿐만 아니라 행정부가 쪼개지고,공기업들이 지방 각지로 분산되면서 생기는 사회적 비용도 엄청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이상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