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국가원수 통틀어 최초..오래된 자신과 약속실천
사회통합 위한 '근원적 처방' 일환 분석도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을 맞아 많은 감회를 느낀다.제 삶의 한 단면이 정리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6일 재산 대부분을 장학 사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데 쓰기로 결정하면서 밝힌 소회다.

이러한 소회에서 엿볼 수 있듯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 공식 발표는 오랫동안 스스로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결국 실천해냈다는 의미가 있다.

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사회와 이웃에 대한 `마음의 부채'를 이날로 훌훌 털어버린 셈이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현대그룹에 재직 중일 때부터로 알려졌다.

이후 1992년 현대그룹을 떠나 민주자유당에 입당할 때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재산기부 소회 발표문'을 통해서도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사회를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꽤 오래전부터였다.

기업을 떠나면서 이미 그 생각을 굳혔고 '신화는 없다'란 책에서 그 생각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재산 기부의 뜻을 일찌감치 굳힌 데에는 가난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을 올곧게 키워내고 남을 돕는 데에도 인색하지 않았던 어머니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가난했던 시절 `평범한 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학업을 계속한 끝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 CEO(최고경영자)에 이어 서울시장, 대통령에까지 오른 `개인사'도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도 소회 발표문에서 "저에게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라면서 "오늘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면서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과거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을 언급하면서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 제 재산을 의미있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측근인 송정호 재단설립추진위원장도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가난 때문에 고생하면서도 아들을 바르게 키워준 어머니와 존경하는 국민과의 약속 실천"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가정형편 탓에 고교와 대학진학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개인사와도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또 이 대통령이 소회를 밝힌 글에서 "우리 사회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밝힌 대목은 선진국에 비해 인색하다고 볼 수 있는 국내 사회 지도층의 기부 문화를 촉진하려는 의도도 얼마간 담긴 것으로도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국내에서는 전ㆍ현직 대통령을 통틀어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가 각별하다.

특히 대통령 임기 중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의 국가원수 가운데 자신의 재산을 기부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현재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거의 전 재산을 임기 중 내어놓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라는 것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이번 재산 기부 발표가 `근원적 처방'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재산 기부가 이념ㆍ지역ㆍ계층간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과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한 근원적 처방의 주요 줄기 중 하나라는 것이다.

물론 청와대 측은 "재단설립 발표가 늦어진 것은 한 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심사숙고를 거듭했기 때문"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새 출발'을 강조하는 시기에 재산 기부 방안을 확정한 점은 어느 정도 `타이밍'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재산 기부는 서민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카드'인데다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의 모습을 각인시키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적 개편 못지않게 근원적 처방의 주요 요소로 거론돼 왔다.

이 대통령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서로 돕고 사랑과 배려가 넘쳐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말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또 재산 기부 발표는 최근 `임기내 포기'의 뜻을 밝힌 대운하 건설과 마찬가지로 야당 등으로부터 표적이 돼왔던 국정 운영의 `걸림돌'을 하나씩 해소한다는 배경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않다.

다시 말해 사회 분열을 야기할 요소는 없애고 통합 분위기 조성에 도움되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취지의 `통합카드 3탄'은 민생 안정을 위한 특별사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8월 15일 광복절에 즈음해 정치인과 기업인을 제외한 민생사범 위주의 특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7월 말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쇄신과 통합을 위한 내각과 청와대의 개편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