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운 선생이 붙여준 李 대통령 아호…'성공신화' 상징

이명박 대통령이 사재 331억4200여만원을 기부해 설립키로 한 장학·복지재단의 명칭이 '청계(淸溪)'로 최종 결정됐다.왜 하필 '청계'일까.

송정호 전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한 재단법인 설립 추진위원회는 당초 재단법인 명칭으로 ▲이 대통령 모친의 이름을 딴 '태원(太元)' ▲이 대통령의 아호인 '청계(淸溪)'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호 '일송(一松)'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이름을 조합한 '명윤(明潤)' 등을 검토했으나 이 대통령과의 협의를 거쳐 '청계'로 최종 결정했다.

다만 영문명은 '청계'라는 이름이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지 않고 의미를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Lee Myung-bak & Kim Yoon-ok Foundation'(약칭 Lee & Kim Foundation)'으로 하기로 했다.

재단 이름으로 낙점된 '청계'는 이 대통령에게 큰 의미가 있는 명칭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초서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예가 취운(翠雲) 진학종 선생이 '청계'라는 아호를 이 대통령에게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운 선생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장인인 고(故) 진의종 전 국무총리(1995년 작고)의 동생이다.

취운 선생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물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면서 초서체로 '청계'라는 한자 휘호를 만들어줬고, 이 대통령은 이 때부터 '청계'를 아호로 쓰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청계천 복원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현대그룹 시절 '샐러리맨 신화'에 이어 '청계천 신화'를 만들어 냈다.이를 교두보로 삼아 결국 '대권신화'까지도 일궈냈다.

'청계'는 또 이 대통령이 젊은 시절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하는 등 이 대통령과는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는 단어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노점상을 하면서 포항 동지상고 야간반을 졸업한 이 대통령이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이사한 뒤 대학입학을 결심하고 찾은 곳이 바로 청계천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로 이사온 뒤에도 온갖 잡일을 하면서 '고졸'보다는 중퇴를 하더라도 '대학' 경력을 갖는 게 취직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 대입을 준비한 이 대통령은 청계천 헌책방에서 헐값에 참고서를 구입해 틈틈이 공부를 시작했고 결국 고려대 상대에 합격해 성공신화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일화는 이 대통령이 이번에 사회에 기부한 재산을 주로 장학사업에 활용키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대통령의 한 측근은 "'청계'라는 명칭은 이 대통령을 바로 연상케 하는 단어로, 꿈과 성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장학 및 복지사업을 하게 될 재단법인의 명칭으로 적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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