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6일 331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재계 총수들의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기부금을 내놓는데, 그 규모가 수 천억원에서 조 단위를 넘나들 정도로 엄청난 것이 특징이다.

◇ 이건희 삼성그룹 전 회장 = 이 전 회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 문제와 이른바 'X-파일' 논란이 불거졌던 2006년 2월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 기금 등으로 총 8천억원 상당을 사회에 헌납했다.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은 나중에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꿨고, 현재 국내 최대의 민간위탁 장학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삼성은 또 작년 4월 특검 수사로 드러난 이 전 회장의 차명 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계좌의 돈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 시점은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법적 논란이 마무리된 이후로 잡혀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혐의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달 이후에 정확한 기부규모 등이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익한 일'에 쓸 금액은 1조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 돈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서는 장학기금으로 출연한 8천억원과는 성격이 다를 것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 정 회장은 2006년 4월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사재를 출연해 1조원의 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해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회장은 이어 2007년 5월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향후 7년에 걸쳐 기금을 출연하겠다.

우선 1년 안에 1천20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며 이미 600억원을 현금으로 출연했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같은 해 다음달 판결 선고를 하면서 8천400억원을 내라는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되고 이듬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에 사회봉사명령 300시간' 판결이 확정되면서 2007년 항소심 공판의 사회공헌 이행 명령은 강제력을 상실했다.

정 회장은 그러나 판결이 확정된 후 자신이 항소심 법정에서 발언한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정 회장이 1조원의 환원을 7년간에 걸쳐 실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정 회장은 2007년 11월 600억원 상당인 글로비스 주식 92만3천77주를, 지난해 7월에는 이 주식 48만7천805주 등 총 900억원 상당을 해비치 재단에 출연했다.

정 회장이 사회 환원을 거듭 약속한 만큼 앞으로의 조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해비치 재단은 정 회장이 출연한 기금을 토대로 2008년 12월 `해비치 꿈나무 육성' 사업을 위한 장학증서 전달식과 문화예술 소외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 협약식을 맺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 회장은 그룹 경영이 고비를 맞았을 때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SK C&C, 워커힐, SK증권의 보유 지분 등 지난 10여 년간 세 차례에 걸쳐 개인 재산을 내놨다.

사재 출연액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6천억원 이상이다.

최 회장은 1998년 시민단체가 대한텔레콤(현 SK C&C) 저가매입 의혹을 제기하자 제도적,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보유 지분 30%를 SK텔레콤에 무상으로 증여했다.

또 2002년 말에는 JP모건 측과 옵션계약으로 1천60억 원의 손실을 본 SK증권에 SK C&C 주식 4만5천 주와 SK증권 주식 808만4천 주 등 모두 400억 원 상당의 개인 재산을 무상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소액주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주주로서 책임을 진 것이다.

2007년 4월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워커힐 주식 40.69%(325만5천598주) 전부를 SK네트웍스에 무상으로 출연했다.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1천2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내놓은 것이다.

최 회장의 지분 출연 직후 SK네트웍스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했다.

(서울=연합뉴스)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