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자택 뺀 거의 전재산..역대 대통령중 첫 사례
한달내 청계재단 설립..기부문화 발전 계기될듯


이명박 대통령은 6일 강남구 논현동 자택과 일부 동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재산인 331억4천200만원을 재단에 출연, 청소년 장학과 복지사업에 쓰는 방식으로 사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선후보 시절이던 2007년 12월 처음 발표했던 재산 사회기부 방안은 1년 7개월만에 구체적인 실행단계에 들어서게 됐다.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거의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로, 국내 기부문화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기부를 위해 지난 3월 만들어진 재단설립추진위 송정호 위원장(전 법무장관)은 6일 오전 청와대에서 브리핑을 갖고 앞으로 한 달 내 이 대통령의 호를 딴 `재단법인 청계(淸溪)'를 설립, 이 대통령의 출연재산을 이전해 장학 및 복지사업을 펼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출연한 재산은 서초구 서초동 1709-4 영포빌딩, 서초동 1717-1 건물, 양재동 12-7 건물 등 3건의 건물과 그 부속토지(한국감정원 평가액 395억원)와 이 대통령 명의의 개인예금(8천100만원)을 합친 금액에서 임대보증금 등 해당 부동산과 연계된 채무를 제외한 금액이다.

이번 재산 사회기부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재산은 강남구 논현동 자택(44억2천500만원)과 스포츠관련 회원권 및 예금 등 동산 4억8천100만원 등 모두 49억600만원이다.

이 대통령은 `재단법인 청계의 설립에 즈음하여'라는 글을 통해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도와주신 분들은 하나같이 가난한 분들이었다"면서 "그 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의 하나가 오늘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을 위해서 제 재산을 의미롭게 쓰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생 열심히 일하면서 모은 저의 재산은 저에게는 정말 소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정말 소중하게 사회를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우리 사회가 물질로서만 아니라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진실한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1995년 펴낸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데 이어 검찰의 `BBK 의혹' 무혐의 발표 일주일 뒤인 2007년 12월 7일 KBS 선거방송연설을 통해 "우리 내외가 살 집 한 채만 남기고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선언했었다.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기부 작업은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해 지난 3월 4일 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인 송 전 장관이 재단 설립 추진위원장을 맡아 첫 회의를 가졌고 6월 2일까지 모두 5차례 회의를 거쳤다.

이 대통령은 재단 명칭을 정할 때 의견을 일부 개진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결정을 추진위에 일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하고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마음에서 나온 것으로, 이런 선의만큼은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우리사회에서 재산기부가 지니는 의미를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내에서, 퇴임후에는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직 국가원수가 자기 재산을 기부한 것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