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위기지수 높이고 對美 시위..수출 염두 가능성도"

북한이 4일 강원도 원산 인근 깃대령 기지에서 스커드급으로 보이는 미사일을 잇따라 발사한 배경에 군이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기종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사거리가 400~500㎞에 달했다는 점에서 스커드급 지대지(地對地) 미사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지난 4월5일 쏘아 올린 장거리 로켓을 제외하고는 올해 들어 발사한 10발의 미사일은 주로 130㎞ 안팎의 지대함 또는 지대공 단거리 미사일이었다.

지대지인 스커드 또는 노동미사일은 남한 전역을 겨냥해 실전에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발사했던 지대함 미사일 등에 비해 그 위협의 정도가 다르다.

북한은 사거리 300~500㎞인 스커드-B, C 미사일을 500~600기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사거리 1천300㎞의 노동미사일도 200여기를 작전배치하고 있다.

군 당국도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사거리가 400~500㎞ 정도인 것으로 미뤄 스커드급이거나 노동미사일의 사거리를 줄여 발사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이 남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5일 핵실험 이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가시화하고 있고 남한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가입 등으로 점점 고립되어 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한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한국민의 체감 위협지수를 올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변환시켜 보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3국에 대한 미사일 수출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 발사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미사일 등 무기수출로 막대한 외화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지난 2일까지 지대함과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이날 지대지 미사일까지 발사함으로써 `육.해.공'을 겨냥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실험을 모두 한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엔 신형 지대공 미사일까지 선보여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불법무기를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강남 1호가 미얀마로 향하다 미국이 추적하자 지난달 말 항로를 변경한 바 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 바로 전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점점 강경해지고 있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시위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과거처럼 자신들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반대급부를 희망해왔지만 갈수록 불리한 국면으로 접어드는 상황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것.
북한은 2006년에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7월5일(미국시간 4일) 장거리 로켓인 대포동 2호 1기를 비롯해 노동 및 스커드급 등 총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의 이런 암묵적인 요구에도 오히려 핵과 미사일 등 무기수출에 대한 해상 봉쇄와 관련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를 통한 자금줄 차단을 강화하고 있는 데 이어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추가의 식량 지원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게다가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에도 3일 대북 추가제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