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국정운영과 당 쇄신방안'을 어제 확정 · 발표했다. 지난 4월 재보궐선거 패배에 대한 반성을 통해 다시 유권자 곁으로 다가가고 돌아선 민심도 되찾겠다며 시작한 집권 여당의 자기 개혁안이어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소장 의원들 중심의 쇄신특위는 이 안을 당 지도부는 물론이고 청와대에도 전달했다. 앞으로 어떤 방안들이 당론(黨論)으로 확정되고 국정운영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쇄신안에는 국정과 당의 운영,원내운영과 공천제도 등 네 가지 분야에 걸쳐 비교적 다양한 방안들이 망라됐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새 지도부 선출,국무총리를 포함한 전면 개각,당론 표결제,국민공천 배심원단제 도입 등을 주문했다. 최근 여권에서 부쩍 강조하고 있는 중도실용의 국정운영 기조라든가 서민중심의 정책추진,당과 정부의 동반책임관계 재정립 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는 게 쇄신위 쪽 설명이다. 쇄신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아니더라도 민주 정당이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오고 있어야 할 내용들이 적지않게 들어간 것도 그 때문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철저한 자기개혁을 내세우면서 마련된 쇄신안으로는 미흡하고,이런 수준의 개선방안으로 한나라당의 환골탈태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국정기조 전환을 비롯해 고강도 인적쇄신,조기 전당대회 등 핵심 현안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입장 표명에만 그쳤다는 점에서 그렇다.

과반수의 거대 여당이 지금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은 사실 아이디어가 없거나,화려한 청사진 같은 이론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국정 전반을 주도할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고,특히 민생경제 살리기를 최우선으로 하는 실천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실망이 커진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북핵문제까지 사정이 악화되면서 나라 안팎으로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야당은 사사건건 반대를 일삼음에 따라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 이르자 여당에 대한 기대가 불만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여당이 전당대회를 언제,어떻게 하느냐는 식의 집안싸움 같은 것에 관심을 가질 국민들이 많지 않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진정 쇄신을 하고 당의 활로도 다시 모색한다는 의지가 있다면 바람직하고 실천가능한 방안을 빨리 확정하고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당지도부뿐 아니라 청와대 등 여권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다.

그 시금석이 지금 식물상태에 있는 6월 임시국회가 정상적인 기능을 찾도록 하는 것이고,비정규직법의 조속하고 원만한 처리는 그 첫단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