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6월 임시국회가 정상화 쪽으로 서서히 방향을 트는 조짐이다.

민주당이 3일 여야간 최대 쟁점법안이자 국회 공전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로 꼽히는 미디어법과 관련한 '4자회담'의 수용입장을 공식 밝혔다.

한나라당의 지난달 28일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은 민주당이 검찰총장.국세청장 내정자 인사청문회의 개최 의지를 밝히고, 여야 원내대표가 4일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한 협상을 갖기로 합의한데 이은 것이다.

이로써 지난달 26일 지각개원한 뒤 연일 파행해온 국회의 정상화를 위한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4자회담은 한나라당의 미디어 악법 통과를 위한 명분쌓기용이 돼선 안되고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전제조건없이 회담을 수용했다.

또 "모든 것을 열어놓고 4자회담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해 일부 쟁점에 대해 타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민주당의 4자회담 제안 수용에 대해 당장 한나라당의 반응은 시큰둥해 4자회담 자체의 가동을 놓고도 힘겨루기는 치열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미디어법의 6월 국회 처리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고, 윤상현 대변인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표결처리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회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야는 우선 여러 채널을 통해 양당 정책위의장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간사가 참여하는 4자회담의 가동을 위한 조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잘돼야 파행을 거듭해온 상임위의 정상 가동 등 국회 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될 전망이다.

특히 4자회담이 가동되더라도 민주당이 등원 조건으로 내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대통령 사과 및 국정조사 등 5대 요구를 공식적으로 접지 않은 점도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로 남아있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4자회담에서 미디어법을 논의한다고 국회가 바로 열리는게 아니다"라며 "다만 파행을 타개할 계기는 될 수도 있지만 결국 한나라당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민주당의 4자회담 수용이 여야간 쟁점인 비정규직법 미처리에 쏠린 시선을 분산하고 국회 장기파행에 따른 부담을 희석하거나 미디어법 직권상정저지를 위한 수순밟기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여당의 입장에서 비정규직법 시행에 따른 해고사태 발생 등을 속수무책으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형편이어서 4자회담의 부상을 계기로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매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