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후 광주 · 전남혁신도시가 들어설 나주시 금천면.공사현장사무소 현황판에는 아파트 용지 7개 필지에 대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하지만 분양을 받겠다는 건설사 명단은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 밖에서는 벌건 황토를 쏟아내며 토지구획작업이 한창인데 정작 아파트를 지을 건설사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있다.

2일 각 지방자치단체 및 업계에 따르면 10개 지방 혁신도시의 아파트 용지 분양률이 9.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619만㎡의 아파트 건설용지 가운데 지금까지 건설사에 팔려나간 부지는 58만㎡.특히 충북,경남,제주,부산 혁신도시는 총 3만2500세대가 들어설 아파트 용지 가운데 단 한 필지도 팔지 못했다.

세종시의 경우에는 시범단지 아파트(총 2만771세대)를 짓는 12개 민간 건설사들이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고 택지 매입을 없던 일로 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가 16만여채 쌓여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와 혁신도시 건설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이행하겠다고 밝혔던 세종시 이전 중앙부처 변경고시와 모든 공공기관(공기업)의 혁신도시 이전계획 승인은 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인구 50만명의 자족도시 기능을 보강하는 세종시 건설 계획을 6월 말까지 내놓고 세종시 이전 기관의 변경고시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아무런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세종시 이전 기관이 12부4처2청에서 9부2처2청으로 바뀌었고 이와 관련해 이전기관 변경고시를 내야 할 상황이다.

정부는 또 157개(혁신도시 124개,개별이전 16개,세종시 17개)에 달하는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대한 이전계획 승인을 지난달 말까지 완료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88개 기관을 승인하는 데 그쳤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종 승인은 길어지면 8월까지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