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일 발표한 투자 촉진책은 선제적 민간 투자를 유도해 경제의 도약판을 넓히고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키우려는 포석이다.

민간 곳간에 쌓여있는 여윳돈을 투자로 이끌어 재정의 힘으로 지탱해왔던 경기 회복력을 극대화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설비투자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투자의 씨가 말라가는 상황을 감안한 것이다.

◇ 투자 살려라..4분기 연속 감소 우려
설비투자는 작년 4분기부터 2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면서 평균 18.7%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6분기 동안 줄며 평균 34.6%의 낙폭을 보인 것보다는 낫지만 2003년 카드사태 때 4분기 동안 줄며 평균 2.4% 감소한 것보다는 심각하다.

이 때문에 정부도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4분기 연속으로, 다시 말해 올해 3분기까지는 설비투자 감소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실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설비투자가 각각 18%, 16%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개발(R&D) 투자의 증가율 역시 2006~2008년 14.7%, 10.9%, 7.7%에 이어 올해는 2.0%로 둔화될 것으로 산업기술진흥협회는 전망했다.

정부가 다급해진 것은 세계 수요 위축과 경기의 불확실성, 환율상승 등 단기적 요인이 기존의 구조적 원인과 겹치면서 투자 부진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투자 없이는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조적 요인은 국내 임금.땅값 상승과 각종 규제에 따른 제조업의 엑서더스 현상, 자동차.유화업계의 세계적인 투자 과잉, 투자 부진형 산업구조 등이 꼽힌다.

시기적으로는 재정이 맡았던 경기 지탱력의 바통을 민간이 이어받아 부양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여기에다 투자 침체의 장기화는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해 선제적 투자촉진대책을 내놓게 됐다.

실제 하반기 재정의 힘은 상반기보다 50조원이나 줄어든다.

최근 5년간 잠재성장률(4.3%)에서 2.2%포인트를 차지한 총투자가 올해의 경우 -6%가 되면 잠재성장률을 0.3%포인트 깎아먹으면서 4% 안팎으로 추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세금 깎고 규제 풀고 투자자금 융통
이번 촉진책은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의 벽을 허물며 자금까지 융통해주면서 투자에 '올인'하는 전방위 대책이다.

지난해에도 두 차례의 기업환경 개선 작업이 이뤄졌지만 이번이야말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민간 자생력 회복의 척도인 투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면 경기 회복의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대책은 크게 네가지인데 우선 투자계획에 상응한 세제.자금 지원, 규제완화 등 맞춤형 해법을 통해 즉각적인 투자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눈에 띈다.

합성천연가스 플랜트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신재생에너지설비로 인정해 기업으로부터 1조원 투자를 이끌어내고 프로스포츠 경기장에 대한 수익시설 설치제한을 완화해 프로야구구단 등으로부터 2조~3조원의 투자를 유도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는 설비투자펀드 도입이 핵심이다.

우선 펀드를 5조원 규모로 조성하고 국책은행의 설비자금 대출 5조원을 연계한 뒤 여기에 민간의 매칭투자로 10조원이 더해지면서 20조원을 굴릴 수 있다.

펀드를 10조원으로 늘리면 대출과 기업의 매칭까지 합쳐 투자가능 규모가 40조원까지 불어날 수 있다.

재정.세제 지원도 파격적이다.

녹색기술과 원천연구에 대한 R&D 재정투자를 연평균 10.5% 늘려 2013년 18조4천억원 규모로 키우고 신성장동력 산업과 원천기술R&D에 대해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규제 분야에서는 풀지 못했던 난제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포이즌 필' 등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한 방어기제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한 것이나 회사채 발행한도 폐지, 지적 재산권까지 포함한 '포괄적 동산담보제도' 도입 추진, 통합도산법 개정, 창업단계 축소 등을 꼽을 수 있다.

◇ 재정 부담 커질 듯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당초 예산안에서 수정예산, 추가경정예산을 거치면서 재정지출이 28조원 늘어난 반면 국세수입은 10조원가량 줄면서 올해 재정수지가 51조원 적자가 날 상황에서 획기적 세제지원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수 감소분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R&D 세액공제는 경우에 따라 당기분의 35%나 해주고 주요 R&D 관련 설비투자세액공제와 에너지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의 일몰을 올해말에서 3~2년을 연장한다.

이를 통해 투자 확대→경기 회복→일자리 창출→세수 증가로 이어지는 공식이 성립할 수도 있지만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비과세.감면 조치를 축소하겠다는 정부의 기존 방침과 거리감이 있어 보인다.

투자확대에는 '큰 손'의 역할이 필요하긴 하지만 신성장동력 R&D 세액공제율만 봐도 중소기업은 25%에서 30%로 높이는데 그친 반면 일반기업은 3~6%에서 20%로 올리면서 혜택의 증가폭을 달리한 점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기업 개개의 애로에 부응한 세제.인센티브 제공과 규제완화는 제2롯데월드 허용을 둘러싼 공방에서 봤듯이 자칫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포이즌 필도 기업의 자위권 보장을 위한 선택이지만 구체적인 도입 방향에 따라서는 반시장적 제도라는 논란이 되살아날 수도 있어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