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는 1일 여야의 비정규직법 개정협상 결렬에 따라 시한 내에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한 입법을 위해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박희태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와 한승수 국무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등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정규직 관련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제6차 고위당정회의를 개최했다.

한 총리와 박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정 대통령실장 등은 회의에 앞서 가진 티타임은 물론 회의석상에서도 가벼운 웃음조차 삼간 채 시종일관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거의 70만에서 1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개정안 처리를)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이들이) 적잖은 실망속에서 오늘을 맞이했을 것"이라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안타까운 심정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이 분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조직되지 않아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그렇지, 만일 조직돼 있고 한 곳에 있었으면 그와 같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것 같아 굉장히 비통한 심정"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어제 국회에서 보인 민주당의 작태는 한심하기 그지없다"고 개정협상 결렬의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면서 "민주당은 그렇게 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했는지 모르겠으나 정부와 여당은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국민 모두가 이제는 우리만 쳐다보고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할 수 있는 정책과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야 국민이 우리를 신뢰하고 사랑할 것"이라며 당.정.청 간 합심과 협력을 강조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지금 실업의 고통을 당하고 있고, 실업 불안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 법안을 개정해서 정상을 되찾도록 해야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정 대통령실장은 "상대가 아주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협상을 맡은 원내대표단이 힘들 것으로 짐작한다"면서 "청와대에서도 지혜를 모아 돕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으로라도 계속 남아있길 원하는 가장과 근로자들, 그리고 비정규직을 계속 고용하고 싶어하는 기업주들에게 참으로 죄송하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다.

안 원내대표는 "단 한 사람이라도 실업의 고통을 받는다면 다 함께 가슴 아파해야 할 문제"라면서 "`해고되더라도 보충되니까 관계없지 않느냐'는 사고방식은 참으로 잔인하다"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안 대표는 "이유야 어떻든 국민 민복을 위해 일해야 할 여당에서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거듭 사과한 후 "이제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 협상의 주체를 원내대표 회담 수준으로 올려 빨리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이미 해고된 비정규직은 구직급여를 신청하거나 취업알선 대상이 되는 만큼 사회안전망을 통해 구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정규직 관련 대책을 보고했다고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100인이상 고용하는 중형사업장의 경우 사회안전망으로 구제될 수 있지만 그 미만의 소형사업장은 안전망으로 구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조 의원은 또한 "기업들은 계약기간 2년 만료 동시와 근로자를 해고하는게 아니라 여유를 두고 해고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근로자 계약기간 만료 전에 `해고자제'를 기업에 요청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아울러 노동부의 비정규직 관련 통계자료 미흡을 지적하고 "미국 노동청 수준의 정확한 통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부 장관의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면서 "앞으로 각 부처 장관이 직접 야당의원을 설득하는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은 1천185억원 규모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집행을 요청했으나 정부는 비정규직법 개정을 전제로 한 예산 편성인데다 용도와 부대조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어 당장 집행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 총리는 1시간10분에 걸친 회의를 마감하면서 "당의 건의에 따라서 법률 개정에 최선의 노력을 하고, 계약기간 만료 이전에 근로자 해고 자제를 요청하겠다"며 "아울러 해고된 근로자가 사회안전망 통해서 구제될 수 있도록 실태를 조사하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