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권상정해야" vs 민주 "실력 저지"
김의장 "직권상정 부담", 협상 시한 넘길듯
한 일각, 미디어법과 동시처리안 대두


여야는 30일 오후 비정규직보호법 개정 문제를 놓고 마지막 담판에 나섰으나 협상의 최대 쟁점인 법시행 유예기간을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진통을 겪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하루 앞둔 30일 오후 5시 현재 여야간 현격한 입장차로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 비정규직 근로자의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은 실업대란을 막겠다며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했고, 민주당은 의장의 직권상정과 여당의 비정규직법 단독 처리 시도를 실력 저지한다는 방침이어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 모두 발언을 통해 "해고 대란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법을 직권상정해 줄 것으로 본다"며 김 의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의총 후 국회 중앙홀 앞 계단에서 가진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반드시 처리하고 실업대란 발생시 민주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총에 앞서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소속인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과 회동, 비정규직법안을 상정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추 위원장은 노동계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환노위의 한나라당 측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추 위원장이 사회를 거부하고 있다며 사회권 접수를 시도하고 나섰으나 추 위원장이 상임위를 열자마자 정회를 선포했다.

협상의 결렬 가능성이 커지자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장 직권상정을 통해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본회의장 앞 중앙홀에서 시한부 점거에 들어갔다.

민주당 지도부는 의원들과 보좌진에게 중앙홀에서 대기하며 협상 과정을 주시하도록 했으며, 한나라당이 법안 처리를 시도하면 본회의장 안팎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이를 저지키로 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2년 유예를 고집해서 협상이 안된다"며 민주당의 6개월 유예안 수용을 촉구하면서 "직권상정을 해 이 문제를 처리하게 되면 이번 임시국회는 파행되고 끝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가 막판까지 협상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실업대란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나 김 의장은 직권상정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협상이 비정규직법 시행 시점을 넘겨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한승수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절대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직권상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일각에선 김 의장이 시한을 넘겨서라도 당분간 협상 추이를 지켜본 뒤 끝내 결렬되면 한나라당안을 최대 쟁점법안인 미디어법과 함께 직권상정으로 표결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두 법안을 동시에 패키지 처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기간을 2년으로 제한한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이 기간을 다시 유예하는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이미 해고된 근로자를 법적으로 구제하기 어려운 데다, 설사 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더라도 법률 소급 적용에 따른 위헌 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사업장 규모별로 비정규직법 유예기간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등을 놓고 협상 시한인 30일 자정까지 절충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져 막판 극적 타결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