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 프로크루스테스라는 강도는 행인을 잡아다가 자신의 철제침대에 눕혀보고 침대보다 작으면 다리를 늘이고,크면 다리를 잘라버렸다고 한다. 역사적 배경 및 문화,산업적 기반이 다른 지역들이 획일적인 지역발전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것은 '프로크루테스의 침대'처럼 난센스지만,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는 독자적인 지역발전정책을 수립하기보다는 중앙정부의 개발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애를 쓴다. 적자를 내고 있는 지방공항이 대표적인 예다. 지식경제부는 이러한 지역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해왔다. 정부의 지원은 지역의 자체 노력,기업인들의 기업가 정신과 결합하여 광주의 광산업,강원도 원주의 의료기기산업 등 신산업을 창출해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러한 지역별 전략산업이 행정구역 간 경계에 막혀 글로벌 경쟁거점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정부는 최근 광역경제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경제권 정책의 주된 특징은 지역 자율적으로,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하되,광역시 · 도 간 연계 · 협력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도 금년 2000억원을 시작으로 3년간 총 9000억원을 투입해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충청권의 의약바이오,대경권의 그린에너지 등 광역경제권별 선도산업은 3개 이내의 광역시 · 도가 상호 협의해 결정한 결과다.

'광역화''분권화'로 대별되는 정부의 지역산업발전 정책은 그간 구축된 광역시 · 도별 전략산업의 토대 위에서 새롭게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효한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전의 경쟁상대는 서울이 아닌 미국의 실리콘밸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7월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지역투자박람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간'낙후된 곳,수동적 객체,산술적 형평논리'에 머물렀던 지역의 이미지는'신성장의 요람,창조적 주체,능동적인 경쟁논리'로 거듭나고 있다. 모두가 한 방향을 보고 달리면 1등을 제외하고는 패자가 될 수밖에 없지만,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린다면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다.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애꿎은 다리를 늘이거나 자를 것이 아니라 각자 자신의 몸에 맞는 침대에 누우면 되는 것이다.


안현호 <지식경제부산업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