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학자 "北내부 개혁동력은 고갈"

북한은 내부에 개혁추진 세력이 부재하고 그나마 있던 개혁동력도 많이 저하됐기 때문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선 외부로부터 무역통상과 경제협력이 긴요하다고 중국의 챠오 위즈 베이징대 교수가 주장했다.

베이징대 조선문화연구소 조선경제연구실 주임인 챠오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북한의 장래와 국제사회의 대북정책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북한 핵심 권력층의 고령화와 과거 개혁세력의 숙청 등을 들어 북한 내부의 개혁동력 고갈을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해 국방위원회 위원과 중앙당 비서 등 핵심 권력층 총 24명가운데 70세 이하는 최근 리광호 당과학교육부장이 사망함에 따라 단 3명으로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 90년대 나진선봉 특구를 추진하던 김달현 당시 정무원 부총리가 숙청됐고, 2002년 7.1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던 세대도 다 숙청됨으로써 "북한에서는 의식이 트인 세대가 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다들 보고만 있을 뿐 움직이려는 동력을 상실했다"고 강조했다.

1988년 이후 베이징에서 소수의 이공계생 외에는 북한 유학생을 보기 힘들다고 말한 그는 "체계화된 북한식 개혁이론을 창출할 세대가 있다 해도 그런 인재들이 감히 지금의 체제 아래서 그런 제안을 김정일 위원장에 할 용기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북한의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해선 외부 세계가 북한의 중앙정부를 상대로 무역을 신장시켜 북한내 시장의 기능을 높여야 하고, 지방 차원에선 개성관광과 개성공단처럼 북한 주민의 고용을 개혁개방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챠오 교수는 주장했다.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그는 "개성관광과 개성공단은 북한의 체제안정에 굉장히 악영향을 미쳤다"며 "북한 주민들은 저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기 위해 '빽'을 쓰고 있는데 그만큼 좋은 직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개성공단에 대한 얘기가 개성 뿐 아니라 그 주변에도 많이 확산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개성공단 근로자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제공되는 남한의 초코파이가 대단한 인기를 끄는 이른바 '초코파이 사태'도 북한 주민들에겐 새로운 외부 정보를 접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며 이것은 "단순한 경제적 의미보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데 더 중요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대북 경제정책과 경제협력은 너무 정치적 색채가 강하다"며 "한국만큼 북한에 관한 지식을 축적한 곳이 없는 데 비해 중국은 북한과 인적 교류와 비즈니스를 편하게 할 수 있는 나라이므로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력해 대북 사업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중국공산당의 조호길 중앙당교 교수는 "북한은 중국의 개혁개방 사례에서 보듯 기본적으로 국가 안전보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개혁 개방을 하기 어렵다"며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은 핵을 포기하지 못하는 김정일에게 비핵을 전제로 '내 말만 들어라'는 식이어서 실행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제2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순히 말로만 권유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권유와 압박을 동시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장은 중국의 대북 제재 참여 정도에 대한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최소한의 수준"이 될 것이라며 미국이 대북 제재를 주도하고 그 근거가 될 정확하고 분명한 정보를 제공했을 때에만 중국이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스콧 스나이더 아시아재단 선임연구위원도 "일각에서는 제재를 북한에 대한 징벌로 보는데 중국은 제재를 북한과의 협상을 촉진할 수 있는 도구로 본다"며 "아직 중국의 제재 참여 여부를 말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sungj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