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서구 언론 비판..유엔 외교가는 호평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영화 제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유엔 사무총장이 하는 일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제 평화와 안보, 전 지구적인 현안, 각 나라나 이해 당자사들의 입장이 다른 분쟁 등 어느 하나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을 어깨에 짊어진 채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하는 자리가 유엔 사무총장이기 때문이다.

코피 아난 전 사무총장도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 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업(the world's most impossible job)"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만큼 유엔 사무총장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힘들다.

2007년 1월 취임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5년 임기의 반환점에 들어서면서 반 총장에 대한 평가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일부 서구 언론에서 반 총장의 지난 2년 반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기도 했지만 반 총장은 기후변화, 식량위기, 핵비확산 대응을 비롯한 지구촌의 현안이나 분쟁 해결 노력 등에서는 유엔 외교가에서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반 총장이 임기 초부터 주력한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국제사회가 교토의정서 이후의 로드맵에 합의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게 된 것도 주요국 지도자들을 설득한 반 총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연합뉴스에 "반 총장의 헌신이 기후변화와 세계보건, 분쟁해결, 무기 비확산과 같은 도전 과제들에 국가들이 함께 맞서도록 유엔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데 기여해왔다"고 밝혔다.

얼마 전 반 총장의 임기 절반을 점수로 평가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강자에 대한 진실성에서는 10점 만점에 3점, 조직운용력에서는 2점의 낮은 점수를 줬지만 기후 변화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는 8점, 평화 유지 역할에서는 6점으로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줬다.

또 반 총장이 특유의 성실함으로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점도 인정받고 있다.

다카스 유키오(高須幸雄) 유엔 주재 일본 대사는 "반기문 사무총장처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없고, 지금까지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에 대한 일부 혹독한 평가도 있다.

미국의 격월간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온라인판은 지난 23일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닉슨센터가 발행하는 잡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제이콥 헤일브룬 에디터가 쓴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 : 반기문은 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한국인인가'라는 글을 실었다.

헤일브룬은 이 기사에서 반 사무총장에 대해 무능함이 두드러진다면서 그가 국제적인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왜 이런 비판이 나올까.

그 이유로는 겉으로 잘 드러나는 수사나 행사 보다는 실제로 일을 진척시키는 조용한 활동 스타일인 반 총장을 서구적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분쟁의 전면에 나서서 강력한 목소리로 비난하고 겉보기에 무엇인가 하는 것처럼 보이는 방식이 아니라 조용하게 막후에서 당사자들과의 접촉과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반 총장의 스타일을 잘 모르기 때문에 가시적으로 당장 보이는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헤일브룬이 핵확산 위협이나 아프가니스탄 재건, 인권 보호 등의 문제에서 반 총장이 과감한 연설로 여론을 조성하려 하지 않았다고 비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다카스 대사는 복잡한 국제문제의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는데 사람들은 사무총장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보지를 못한 채 가시적인 변화나 합의나 등이 없다고 성과가 없다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물론 반 총장에 대한 이런 비판이 모두 잘못된 것이라고 폄하하기 보다는 이를 충고로 받아들이고 더 나은 방법을 찾는다면 반 총장에게 오히려 궁극적으로는 득이 될 수 있다.

또 이런 비판은 반 총장의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되새기게 해준다.

유엔본부 38층의 사무총장 집무실에 있는 그림 중 하나는 반 총장이 남루한 옷차림으로 평화, 안보, 인권, 인도적 지원이라는 4개의 큰 짐을 어깨에 진 채 땀을 뻘뻘 흘리며 힘겹게 걸음을 떼는 모습이 담겨 있다.

지난 2년 반을 이같이 어려운 문제들을 짊어진 채 걸어온 반 총장이 그동안의 노력을 통해 앞으로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가 이제 관건이다.

더 네이션지의 바버라 크로세트 기자는 최신호에서 반 총장이 지난달에 신종플루 대응과 스리랑카 분쟁, 기후변화 문제 등을 위해 바쁘게 출장을 다닌 것을 소개한 뒤 즉각적인 결과보다는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한 반 총장이 향후 연임을 할 수 있을지는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느냐보다는 이런 활동들이 어떤 성과를 이룰지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