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정책산실인 여의도연구소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대책 중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이 교육계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대학 입시에서 내신 반영을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맞섰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사교육과의 전쟁,어떻게 이길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등 교육계 관계자들은 안선회 미래기획위 자문위원 겸 한국교육연구소 부소장이 발제한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에 찬성했다.

메가스터디 스타강사 출신인 교육평론가 이범씨 등 진보 성향의 교육계 인사들도 이날 발표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상당 부분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나타내 이번 대책안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신 절대평가제 찬성이 대세

3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 대다수는 여의도연구소와 미래기획위가 대학 입시와 관련해 내신 부담을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공감했다. 한재갑 교총 교육정책연구소장은 "고교 내신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면 학교별 학력차에 대한 내신 불신을 해소하고,내신 점수 경쟁 완화 등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현장 교사들은 수능이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생각하지만 학부모 대다수는 내신을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꼽는다"며 "중 · 고교에서 내신을 상대평가로 하는 곳은 한국 일본 북한뿐인 만큼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다만 성적 부풀리기 방지 대책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양성광 교육과학기술부 인재기획분석관은 "내신을 절대평가제로 전환할 때 성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고교 서열화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재고해봐야 할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고교 2~3학년의 내신만 가지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 강윤봉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공동대표는 "내신 비중을 줄이는 것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한다"고 했다.

◆특목고 입시 개선안 찬반 엇갈려

외국어고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성적 중 영어와 국어만을,과학고에서는 수학과 과학만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우세한 가운데 반대 입장도 제기됐다. 이범씨는 "수학 천재가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과학고에 가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찬성했다. 반면 한 소장은 "외국어고의 경우 영어는 보조적 도구지만 사회 과학은 나중에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것이고,영어 잘 하는 학생이 통상 수학 사회 과학도 잘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예체능 특성화학교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양 인재기획분석관은 "예체능 특성화학교 확대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들 "우리가 악마냐"

학원 운영시간을 오후 10시로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토론자들은 대부분 찬성했다. 한 소장은 "현재 학원 운영시간은 서울의 경우 오전 5시부터로 돼 있는데 이를 오전 6시로 조정해야 영업시간 제한 취지가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참가자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오후 11시,12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것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발제를 담당한 안 부소장은 "옳은 지적"이라며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토론회에 참가한 다수의 학원 관계자는 이 같은 방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학원 운영자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우리가 악마인가 묻고 싶다"며 "뿔 나지 않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