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근원적 처방'에 담을 내용을 찾기 위한 여론 수렴에 본격 나섰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정책자문단 교수들과 조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고 이념 · 지역 · 계층에 따른 분열과 반목 해소를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주로 중도우파,중도개혁 성향이라는 평을 듣는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최근 내세우고 있는 '중도 강화론'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참석자들은 송호근 서울대,강원택 숭실대,김태기 단국대,장훈 중앙대 교수 등 총 11명이다.

150분 동안 이뤄진 간담회에서 교수들은 국민과의 소통 강화,여당과 대화채널 상시 가동,탕평인사 실시,정무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경제현안,개각 등에 관한 얘기들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주로 듣는 데 치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교수들이 시중의 여론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신문에 나온 현안에 대한 얘기들이 다 나왔다"며 "이 대통령은 굉장히 진지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소통이 여전히 안 되고 있으며 청와대 · 정부와 민심이 거리가 있고,서민 배려대책이 더 필요할 뿐만 아니라 (서민들에게) 좀더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사회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며 "개각에 대해선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국면전환용으로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언제 하겠다는 등을 똑 부러지게 밝히진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충격요법으로 인사를 해서는 곤란하다"며 "사람 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국민 홍보 및 여권과의 소통 부재 등에 대한 교수들의 지적이 잇따르자 "나는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는데 잘 안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이 자문 교수단을 만나 정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의 일환이다. '중도실용'의 기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전날 서울 이문동의 한 재래상가를 찾아 서민들과의 대면 접촉을 재개한 이 대통령은 앞으로 전방위적 소통에 나설 예정이다. 20대 청년층,30 · 40대 샐러리맨,소외계층 등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또 종교지도자와 언론계 및 사회단체 관계자 등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연쇄 회동을 통해 민심에 귀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홍영식/민지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