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뒤집고… 툭하면 점거… 정치는 실종
18대 국회가 3대 불치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실종됐고 여야 합의는 있으나마나하게 된 지 오래다. 국회 중앙홀은 농성장이 되기 일쑤다. 무노동 · 무임금, 국회의원 세비 삭감 등 정치권의 '자성론'도 생산성 없는 여야의 대치국면 속에서 묻혀 버렸다.

①여야 '불통'

한나라당이 26일 6월 임시국회의 문을 열지만 여야간 극한 대립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야간 대화 채널은 '불통' 상태다. 한나라당이 지난 23일 국회 단독소집요구서를 제출한 이후 제대로 된 여야간 대화나 협상은 없었다.

김정훈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민주당이 5대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라는 건 한나라당더러 없어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고 야당 측 카운터파트인 우윤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간극이 크다. 협상이 어렵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외과)는 "18대 국회 내내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력한 다수 여당도 문제지만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는 소수 여당의 몽니 또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②있으나마나한 합의문

여야는 2월 국회에서 본회의장을 둘러싼 격한 몸싸움을 거친 뒤 3월2일 '여론 수렴을 거쳐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을 표결 처리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민주당은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심화되자 "(미디어법 처리에 관한) 2월 국회 합의는 원천 무효"라고 말을 바꿨다. 결국 합의문이 공수표가 돼 버린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실력저지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여야 합의로 6월 국회서 처리키로 했던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현행 4%에서 9%로 올리는 내용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처리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③국회는 점거 농성장

민주당의 강경파 초재선 의원 18명은 지난 23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을 점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및 로텐더홀은 18대 국회 들어 벌써 네 번이나 점거장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18일 한나라당이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단독 상정한 다음 날부터 1월1일까지 14일 동안 국회의장 집무실을 점거한 바 있다. 또 본회의장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6일까지 12일간,본회의장 입구 로텐더홀에서는 지난해 12월26일부터 1월5일까지 11일간 농성을 벌였다. 모두 국회 최장 기록이다.

지난해 12월30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하자 민주당 · 민주노동당의 의원과 당직자 150여명이 로텐더홀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갔다. 올 들어서는 3월1일 한나라당 의원 100여명이 로텐더홀을 점거해 민주당 의원들의 점거농성을 사전 봉쇄하기도 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