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약 두 시간 동안 서울 이문동의 골목상가를 돌며 '현장 민심'을 들었다.

최근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진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른바 '동네 슈퍼'와 재래시장 상인들의 애환을 듣고 대책 마련을 하겠다는 취지다. '친(親)서민행보'의 일환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경제가 회복세에 들어가더라도 서민들이 나아진 생활 환경을 체감하기까지는 1,2년이 더 걸리게 마련"이라며 "하반기 경제운용의 초점을 서민생활에 둬 우선적으로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다음 주 서민생활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민정책에 올인하는 양상이다.

이문동 외대역 앞 골목상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10㎡ 남짓한 구멍가게와 빵집,토마토 노점상,떡볶이 집,과일가게,식품가게를 차례로 들러 장사가 잘되는지를 묻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뻥튀기,빵,토마토,떡볶이 등 모두 1만7000원어치를 사서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골목식당에서 지역상인 등과 함께'불낙버섯전골'을 먹으며 현장 간담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경제가 좋아지더라도 서민이 제일 고통받는 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시장에 와서 사주지도 않으면서 '장사 안되시죠'라고 자꾸 묻는데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노점상을 해봐서 여러분들의 그 심정을 안다"고 했다.

상인들은 대형 마트와 SSM의 진출로 골목상권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집중 건의했다. 이 대통령은 "누구는 죽고 누구는 사는 식은 안 된다"며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참자.정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단 "마트를 못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 안 된다. 정부가 그렇게 시켜도 재판하면 패소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재래시장 몇 곳을 묶어 물건을 직거래해서 나눈다든지 등 여러 방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식사 도중 한 참석자가 "외국 순방을 많이 다니는데 건강해야 한다"고 하자 "나는 대한민국 경제만 좋아진다면 건강도 따라서 좋아진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는 중도실용과 맥이 닿아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부자정권'이미지를 불식시켜 대선 때 지지층이었던 중산층,수도권 30 · 40대를 공략해 집권 2년차 국정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함의도 담겨있다. 그러나 전시용 이벤트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