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의 총장발탁은 검찰 내부의 대폭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천 신임 총장 내정자는 사법시험 22회여서 현재 검찰 지휘부의 핵심을 구성하고 있는 20,21회 전원과 동기인 22회 상당수의 퇴진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 일신 위한 파격 인사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21일 브리핑에서 이번 인사와 관련,"검찰총장은 검찰조직 일신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인선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1순위로 꼽혀온 권재진 서울고검장 대신 2기수 후배인 천 지검장을 발탁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과정에서 비롯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그에 대한 '검찰 책임론'으로 검찰 조직이 전례없이 뒤숭숭한 만큼 파격 인사로 기강을 잡고 조직을 추스르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또 검찰총장 발탁을 통한 검찰 고위직 인적쇄신으로 검찰 개혁까지 이끌어 내겠다는 포석도 엿보인다. 천 내정자는 대구 출신의 'TK'인 권재진 고검장과 달리 충남 논산 출신이어서 지역안배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이 총장으로 발탁된 것도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 검찰총장 가운데 공안통은 노태우 정권 시절 김기춘 총장 정도로 알려졌다. 이번 공안통 발탁은 '촛불집회' 등으로 초래된 시국 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정부의 의지 표현으로 풀이된다. 천 내정자는 법질서 확립을 유독 강조해온 인사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선거 관련 수사는 검찰 공안 부서에서 담당하는 만큼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한 포석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사장급 퇴진 10여명 달할 듯

현재 검찰조직에 있는 천 내정자의 선배 기수나 동기는 총 11명에 달한다. 예상을 깬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배기수는 권재진 서울고검장(사시 20회) 등 7명,동기는 이귀남 법무차관 등 4명이다. 이 가운데 선배 기수들은 전원 동반 퇴진이 불가피하다. 동기들은 퇴진이 일반적이지만 과거 인사폭이 클 때엔 남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동관 대변인이 이번 인사의 의미를 검찰조직의 일신에 뒀다고 설명한 만큼 동기들이 잔류할 가능성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3개 자리 가운데 신임 총장 내정자 이상 기수로만 최대 11자리가 바뀌는 만큼 나머지 40여개 보직 검사장급 후속 인사도 곧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사상 최대 규모의 물갈이 인사로 꼽히는 2003년 송광수 전 총장 당시의 검사장급 이상 인사를 능가할 가능성도 대두된다. 송 전 총장 때에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42명 가운데 38명의 자리를 갈아치웠다. 부장검사,부부장검사 등 고검검사급 후속 인사도 뒤를 이을 수밖에 없다. 2003년 못지않거나 능가하는 대폭적인 후속 승진 · 전보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뢰회복과 공권력 강화가 과제

'천성관호(號)'는 검찰이 직면한 국민적 불신을 해소하고 정치적 중립 논란에서 벗어나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됐다. '박연차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검찰이 최악의 내우외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동요를 수습하고 조기에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인권 보호 강화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한편,시국혼란에 대응해 공권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