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차기 국세청장으로 내정한 것은 연이은 불미스러운 사건들로 인해 신뢰 위기에 직면한 국세청의 대대적인 변화와 쇄신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세청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인 백 청장의 발탁으로 조만간 국세청에는 조직 개편과 인사 물갈이 등 대대적인 변화의 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백 청장 내정자는 경제위기로 인한 세수부족 우려 등 당면 현안 해결과 국세청 조직의 기강 확립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떠안게 됐다.

◇ 백용호 청장 발탁은 조직쇄신 '신호탄'

청와대가 교수 출신인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차기 국세청장에 내정한 것은 국세청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그림 로비'로 지난 1월 사임한 한상률 전 청장을 비롯해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이 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하면서 국세청의 신뢰는 크게 추락했다.

이로 인해 국세청 조직의 개혁과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고 외부 인사의 발탁 가능성이 끊이지 않았다.

그동안 내부 인사와 외부 인사가 함께 국세청장 하마평에 올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찌감치 외부 인사 발탁에 주안점을 두고 인물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 장악을 위해서는 내부 인사 기용이 낫지만 백 청장 발탁은 이보다 조직 일신에 좀 더 무게를 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백 청장 발탁 배경에 대해 "공정위원장 재임시 전문성과 헌신적 노력으로 공정거래 업무를 선진화시켰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면서 "국세행정의 변화와 쇄신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 내정자는 공정거래위원장을 하면서 공정거래 업무의 선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백 청장 내정자는 실용주의적 성향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선생'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대통령의 경제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그만큼 신뢰가 깊다는 것이다.

◇ 조직 개편ㆍ인사 태풍 몰아치나

지난 5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국세청장 자리에 외부 인사가 발탁되면서 국세청의 조직 개편과 함께 대대적인 인사 물갈이도 예상된다.

청와대가 백 위원장을 차기 국세청장으로 선택한 것도 이런 요구가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청장 내정자의 가장 큰 과제는 우선 외부로부터의 개혁 요구에 대응해 국세청 조직 개혁을 수행하고 기강 확립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최근 한상률 전 청장의 `그림 로비' 등으로 손상된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그동안 국세행정 선진화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세청 조직개편 방안을 논의해왔고 차기 청장은 인사청문회를 거치고 나면 이를 바탕으로 개편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지방청 폐지 및 외부감시위원회 설치 등 국세청 조직을 슬림화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이 거론돼왔다.

청장 내정자는 우선 국세청 조직의 변화를 위해 대대적인 인사도 감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 청장 내정자는 국세청 안에 `끈'이 없는 외부 인사이기 때문에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를 통해 조직 장악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유력한 국세청장 후보였던 허병익 차장이 물러나면 차장직과 고위직에 대한 연쇄이동이 예상된다.

또 이달 말로 서기관 이상 관리자의 명예퇴직이 예정돼 있어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불 전망이다.

본청과 서울청의 인사ㆍ감찰ㆍ정보, 심층조사 등 주요 보직 등은 인사조치의 우선 대상으로 꼽힌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