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명박 대통령이 난마처럼 얽혀 있는 현 정국을 풀기 위한 '장고'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각계 원로 · 전문가,정치권 인사,언론 관계자 등을 전방위적으로 만나 현 시국에 대한 총체적인 의견 수렴에 나설 예정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근원적 처방을) 만들어놓고 제시하는 것보다 그야말로 이제부터 경청하기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세간에서) 생각하는 것보다 (이 대통령이) 많이 오래 들을 모양"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언급한 '근원적 처방'에 대해 "제도개선과 인적쇄신 '투 트랩'으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도 "정치선진화라는 큰 과제를 중심에 놓고 제도까지 포함해 모든 문제를 열어놓고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개편과 중폭이상의 개각 등 인적쇄신과 함께 정치구도 개편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정치구도 개편과 관련해선 중대선거구제 도입과 행정구역 개편을 화두로 던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개헌은 일단 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선거구제 문제와 직결된 과제다. 현재 3단계로 이뤄진 지방행정체제를 전국 70여개 자치단체로 통합,개편하자는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 위원장인 허태열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관련 특별법을 다음 주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은 대통령 직속의 개편 특위를 설립해 시 · 군 · 구 광역화 등 본격적인 논의를 담당하도록 했다. 정부 역시 행정체제 개편 절차와 관련해 기본계획을 수립 중인 만큼 이 대통령이 직접 '국정 아젠다'로 제시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체제를 통합하면 현행 선거구제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은 선거구제 개편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이 70여개 자치단체로 통폐합된다면 현행 소선거구제를 한 선거구에서 3명 이상을 뽑는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게 효율적이라는 점에서다. 특히 소선거구제로는 특정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고질적인 '편가르기' 정치문화를 청산할 수 없다는 점도 개편의 당위성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하는 '개헌'에 대해선 추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개헌에 대해 말하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준혁/김유미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