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통령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6일 공판에 출석해 대부분의 혐의 사실을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 측은 박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처음부터 권양숙 여사의 심부름으로 돈을 받아 전달했다가 며칠 후에 다시 받아서 보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정 전 비서관이 받은 돈은 권 여사가 요청해서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3억원이 정 전 비서관 지인 계좌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받은 돈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자꾸 바뀌고 있어 권 여사의 법정 증인 신청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박 전 회장으로부터 1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은 혐의에 대해 "상품권을 받은 사실이 없고 다만 상자에 담긴 무언가를 박 전 회장이 주려고 했는데 수표일 거라고 생각해서 거절한 일이 있다"며 전면 부인했다.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000만원을 빼돌려 보관한 혐의에 대해서도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이 '총무비서관이 알아서 쓰고 내가 필요하면 말하겠다'면서 관리를 위임했다"며 "특수활동비를 횡령한 것이 아니라 쓰고 남은 활동비를 관리한 것"이라고 직접 해명했다.

이날 정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충격으로 기본적인 인적사항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지난 공판 기일과 달리 많이 담담한 모습이었다.

한편 대검은 권 여사 증인 신청과 관련해 논란이 불거지자 대변인을 통해 "권 여사를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