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여권 일각의 인적 개편 요구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제17차 라디오 · 인터넷 연설을 통해 "민심은 여전히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고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는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으며 상대가 하면 무조건 반대하고 보는 정치 문화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달라진 것은 없다"며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국민 여러분들께서 마음이 혼란스럽고 또한 이런 저런 걱정이 크신 줄로 알고 있다"며 "언론에 투영된 의견이나 시중의 여론도 경청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 안팎에서 많은 얘기를 듣고 있다"며 "미국 방문에서 귀국해서도 많은 의견을 계속 듣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여당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국정 쇄신을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방미 후 내각 교체 수준을 뛰어넘어 개헌,행정구역 개편 등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 오다 4월 재 · 보선 참패에 이어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어서 이 대통령으로선 장고를 할 수밖에 없다"며 "1회용이 아닌 제대로 된 처방이 무엇인지 다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다행스런 것은 우리 경제가 터널 끝에 희미하게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이번 위기가 우리만 잘한다고 풀릴 수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아직도 안팎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서민을 보호하고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민 통합을 이루는 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도 서민 정책에 가장 큰 신경을 써 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그렇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