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부상한 3남 정운씨가 유학 국가인 스위스에서 왕실 등 고위층의 자제들이 많이 다니는 국제학교가 아니라 자택 인근의 공립중학교를 다닌 데 대해 여러 가지 억측이 나오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정운씨가 이 학교에 다니던 1999년 6월 급우들과 함께 촬영한 것이라며 사진 1장을 공개한 이 신문은 당시 정운씨와 친했다는 급우 및 교사들을 상대로 취재한 결과 정운씨에 대한 북한측의 경비도 느슨한 것 같았다면서 이는 당시 그가 후계자로 결정되지 않았었기 때문일 것으로 풀이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38)씨는 1980~1981년에 제네바에서, 차남인 정철(28)씨는 1993~1998년 베른에서, 각각 국제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정남씨의 경우 경비상의 문제 때문에 1년반 만에 유학을 중단했다.

정철씨도 보디가드역을 한 동년배 소년이 함께 유학을 했으나 외출시에는 음식물을 경계, 외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운씨의 경우 1998년 8월부터 2000년 말까지 베른의 공립중학교 재학시 함께 다니던 북한 유학생이 없었다.

별도의 보디가드가 없었다는 것이다.

통학도 집에서 학교까지 약 200m를 경호 없이 혼자서 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정운씨와 친하게 지냈던 조아 미카엘(25)씨의 집에 놀러 간 적도 많았던 점도 이색적이다.

미카엘씨는 마이니치에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온 적이 많았다"고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미카엘씨의 집에서는 모친이 만든 간식을 먹고 함께 숙제를 하거나 놀았다고 한다.

휴일에는 둘이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기도 했으나 역시 경호는 없었다고 미카엘씨가 전했다.

미카엘씨는 정운씨에 대해 "매우 소탈하고 항상 노래를 흥얼거렸다"고 말했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1990년대 후반에는 정남씨를 후계자로 하려는 움직임이 강했다.

후계자 후보가 아닌 차남임에도 정철씨는 처음의 장기유학이기 때문에 면밀하게 준비했지만, 정운씨는 3남이기도 해서 자유롭게 한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국제학교에서 현지 학교로 전학시킨 것은 현지에서의 판단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국제학교와는 맞지 않아 정운씨가 직접 전학을 희망했다고 해도 최종적으로는 김정일 위원장이 결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김 위원장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씨는 김 위원장이 3남인 정운씨를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며 "그런 정운씨에게 굳이 현지 학교로 유학을 시켜 이색 체험을 한 김 위원장의 생각은 수수께끼"라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