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갈수록 첩첩산중이다.

언제 열릴지도 불투명할 정도로 여야의 의사일정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다 개회가 합의되더라도 일순간에 정국을 경색시킬 만큼 민감한 현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정규직법과 미디어관련법 등은 여야의 정면충돌까지 촉발할 수 있을 정도로 휘발성이 강한 현안이며, 특별검사와 국정조사, 국회내 검찰개혁특위 구성 등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들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여야 대치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정규직법 =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기간을 2년으로 규정한 현행 비정규직법 조항이 처음 적용되는 7월부터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는 고용종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현행 비정규직법 시행시기를 일정기간 유예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유예기간은 해당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결정키로 했다.

비정규직법이 첫 적용되는 7월 이전에 법을 시급히 개정하겠다는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시기를 유예할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늦춰 결국 비정규직 양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도록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고용보험법과 기간제법, 파견법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요구해온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충안을 일부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법안처리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환노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추미애 의원인만큼 일단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로 끌고나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당초 계획대로 비정규직법안을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논의가 시작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직까지 법안 상정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려했던 대량 실업사태가 실제로 7월부터 발생한다면 해결책을 요구하는 정치권에 대한 압박도 급증, 비정규직법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미디어법 = 신문법, 방송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등 4개 미디어법은 지난해부터 여야의 정면충돌을 불러왔던 `시한폭탄 '같은 법안이다.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미디어법은 융합하는 뉴미디어 시대에 맞춰 신문과 방송이 발전하는 산업적 토양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논리다.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을 `경제살리기 법안'으로 분류해놓은 상태다.

특히 한나라당은 미디어법의 6월 국회중 처리를 위해 지난 3월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는 문방위에 여야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10일간 여론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했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자꾸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면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라며 "공당으로서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미디어법 개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출발 자체가 잘못된 악법이기 때문에 중단하는 게 답"이라고까지 말했다.

당내에선 6월 임시국회 개회 협상을 통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미디어법 추진 포기 약속을 받아내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조문정국을 거친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처리를 밀어붙일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안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취임 직후 "상임위를 무시하고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미디어법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강한 의지를 감안한다면 미디어법은 언제든지 여야의 정면충돌을 촉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지주회사법 =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은행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형제법'이라고 할 수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이탈표로 처리가 무산됐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6월 국회에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처리, `금산분리 완화'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은행 대부분이 은행지주회사인 데다, 이미 처리된 은행법과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금융지주회사법안에 대해 원점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산분리를 유지하고 있는 현재의 법테두리가 완화될 경우 재벌의 경제력 집중과 문어발식 확장을 막기 위한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

특히 여야는 지난 2월 임시국회 때 여야 원내대표 간 `금융지주회사법은 4월 국회에서 처리한다'고 합의한데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4월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국회 정무위의 철저한 심사가 진행됐고, 민주당 입장을 반영한 절충안까지 의결해 법사위로 회부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와서 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때 합의한 금융지주회사법은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의 법안을 의미하는 것이란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 노재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