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계 염두 '핵보유국 지위' 확고히 하려는 듯
HEU 본격화 가능성, 선박검색 등 과정서 군사충돌 가능

북한이 1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결의에 대해 예상대로 강력한 대응조치로 맞서 한반도에서 대결국면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우라늄농축 작업 착수, 새로 추출한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 봉쇄시 군사적 대응 등 3개 대응조치로 대답하고 나섰고 핵보유국의 지위도 거듭 천명했다.

북한이 외무성 성명에서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고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관이 없다"며 스스로 '핵보유국'임을 거듭 강조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는 "북한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못박은데 대해 누가 인정하든 말든 '핵보유국'이라며 맞선 셈이다.

핵보유국의 지위를 주장한 북한은 폐연료봉에서 인출중인 플루토늄의 전량 무기화를 밝혔지만 더 심각한 부분은 우라늄 농축을 본격적으로 선언했다는 부분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사실 영변의 5㎿급 원자로는 고철덩어리라는 점에서 우라늄 농축 선언은 북한이 경수로 발전용이라고 주장하지만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새로운 핵무기 기술 보유를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가지게 되면 매년 수 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항구적 기반을 갖추는 셈"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이 크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 회복된 이후 올해 초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후계구도 구축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권이양기에 진입한 상황에서 미국과 핵협상이 단기적으로 끝나기 어려운 만큼 북한으로서는 후계자에게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유산으로 넘겨줌으로써 미국과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최근 북한에서 군부 등 강경세력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강경한 반응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에 발표한 성명에서도 "위임에 따라"라고 명시함으로써 이번 조치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포함한 국방위원회 등 상위기관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내부적 상황뿐 아니라 북한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굴복해 협상에 복귀하면 앞으로 계속해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지속적인 강경대응기조로 입장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9일 지금의 북미대결을 '의지전'으로 규정하고 "국제정세가 복잡해지고 시련이 겹쌓인다고 하여 의지전에서 뒷걸음치지 말아야 한다"며 "후퇴는 곧 패배이며 죽음"이라고 불퇴전의 입장을 강조했고,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12일 안보리가 "부당한 결의와 결정들을 철회하고 사죄하지 않는 한 조선반도의 근본문제는 절대로 풀릴 수 없다"고 지속적인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한 전직 고위관리는 "북한은 핵실험을 하면서 스스로 발목을 잡고 배수진을 친 것 같다"며 안보리의 제재결의와 상관없이 "당분간 자신들이 세운 계획에 따라 강경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앞으로 북한이 밝힌 대응조치들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상황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것이다.

우선 부시 행정부 시절 2차 북핵위기를 가져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도 본격적인 위기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장용석 평화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실험실 규모일지라고도 실지로 원심분리기 가동해서 농축할 능력이 있음을 선언한 것"이라며 "북한이 농축기술을 확보했음을 선언한 의미일 수도 있다"고 평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은 "북한이 시험단계라고 언급한 것은 몇 10개의 원심분리기를 가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며 "파키스탄의 칸 박사로부터 입수한 원심분리기는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봉쇄에 대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앞으로 한반도 주변 지역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가 의심가는 북한의 선박과 항공기에 대한 검색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북한이 사전에 선박과 항공기에 경무장을 갖춘 뒤 검색에 불응하면서 군사적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 선박 등이 항구에서 떠난 직후 검색이 이뤄질 경우, 우리 군이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장용석 실장은 "앞으로 한반도 주변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의 운용과 특히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의 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j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