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주간 타임이 최신호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표지 사진으로 올리며 핵실험 등 연쇄 도발과 권력승계간 상관성 등을 집중 보도하고 나섰다.

타임은 12일 발간된 아시아 및 남태평양판 최신호에서 김 위원장의 사진을 표지에 게재하고, `북한-최대의 냉전'이란 제목 아래 김 위원장이 삼남 김정운으로 권력을 계승하려는 움직임과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등 연쇄적인 도발행위의 배경 등을 분석했다.

타임은 먼저 북한이 오바마 외교정책의 최우선 순위가 되기위해 장거리 로켓발사, 핵무기 실험, 2명의 여기자 억류 및 유죄선고 등 전쟁을 제외한 다양하고 고약한 전략들을 구사해 왔으며, 결국 취임 4개월을 맞은 오바마 정부에게 북한문제는 대외정책상의 첫 위기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여름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김정일은 후계문제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김정일의 요리사를 지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建二)에 따르면 장남 정남은 일본 밀입국 파문 등 기이한 행동을 하고, 차남 정철은 유약한 성격인 반면, 정운은 김정일을 꼭 빼닮았고, 농구경기를 한뒤 남아서 동료 선수들에게 그날 경기를 분석하게 할 정도로 지도력을 보여 후계자로 선택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한에서는 올해초 부터 조직적인 권력계승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고, 전문가들은 계승작업이 김정일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의 섭정 속에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서방 외교관 및 정보 분석가들은 북한이 와병중인 김정일로 부터 검증되지 않은 삼남에게 권력승계가 이뤄지는 취약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더 이상 핵 프로그램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보여주는 도발행위를 계속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한국담당을 지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거 연구원은 "북한은 더 이상 미국과 핵 프로그램에 대해 협상하지 않고, 핵 보유국이 되기로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고, 이를 발표하는 시기도 전략적 고려 속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정부도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한 행정부 고위관리는 "우리는 이제 북한에 대해 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전임 부시 대통령이 말기에 경제적 보상과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대신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협상을 매듭지으려 했지만 북한의 태도 변화로 이는 물건너 간 상황이다.

`미국은 같은 말(馬)을 두번씩이나 사지는 않을 것'이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의 언급은 이같은 상황을 잘 보여준다.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계속 호전적 자세를 보일 경우, 북한에 대해 `공세적 방어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김정일의 호전적 태도가 계속됨에 따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수출을 막기위해 포용정책과 함께 봉쇄정책도 구사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미국의 대북정책은 최근 커런트 TV 소속 한국계 유나 리와 중국계 로라 링 기자에 대해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함에 따라 장애물을 맞게됐다.

과거 일본인을 납치하는 등 정상적인 정부 보다는 마피아 조직과 같은 행위를 보여온 북한이 두 기자를 협상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현재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외판매를 저지하고,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제재를 통해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도록 하는 3가지 정책목표를 수립중이다.

특히 평양 내부의 정치불안과 북한체제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군부의 의도가 결합되면 도발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의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도발 행위가 권력승계 문제와 맞물려 잠재적으로 위험한 결합(mixture)이 되고 있다는 데니스 블레어 미 국가정보국장의 발언은 이를 대변해준다.

미국은 또 북한에 대한 유일한 지렛대를 갖고 있는 중국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제재에 동참하도록 설득중이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문제도 제기하고 있지만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강압적 외교수단으로 지난 2005년 미국의 금융제재 때 마카오의 '방코 델타 아시아(BDA)'은행에 있던 북한자금을 동결했던 방식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집중 검토중이다.

결론적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까지 북한과의 관계에 있어서 제재 등을 고려하거나 예상하지 않아왔다는 점에서 지상 최대의 냉전상태에 계속 남아있기로 한 것은 김정일과 주변인물들의 결심에 의한 것이라고 타임은 지적했다.

(애틀랜타연합뉴스) 안수훈 특파원 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