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4.29 재보선 참패 후 한달 이상 민심수습을 위한 쇄신의 회오리가 불고 있는데도 박 전 대표는 '무언'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들어 박 전 대표나 친박(친 박근혜) 진영 인사의 조기전당대회 참여를 요구하는 '화합형 대표추대론'이 부상, 박 전 대표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데도 그는 일절 언급이 없다.

측근들에 따르면,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다.

자신이 나서 발언을 할 경우, 국정운영 중반기를 앞둔 정부에 부담이 될뿐 아니라 다른 잠재 대선후보군의 대선행보까지 자극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화합형 대표추대론' 자체도 온당치 않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친박인 이정현 의원은 9일 "24만명의 선거인단이 선출하는 당 대표를 화합형 전대 운운하면서 추대 형식으로 나가는 것은 당헌파괴적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무엇보다 친박계는 쇄신의 본질은 국정개혁이며, 따라서 최근의 민심이반 등 위기상황은 청와대가 먼저 변화해야 해소된다는 논리를 갖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에 책임을 지우려는 쇄신파와는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이외에 친박계는 과거의 오랜 불화와 반목으로 친이(친 이명박)계와 오랜 대립관계를 유지, 친이계가 개입된 '화합형 대표추대론'의 진정성에도 강한 의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논리야 어떻든 친박계에는 봇물을 이루는 당내 쇄신 요구와 '박 전 대표 역할론'을 무작정 거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우리가 조기전대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조기전대는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일부 친박 의원의 말에서 고심이 엿보인다.

그동안 친박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정치일정'상 내년 6월 지방선거 전후까지는 그가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화의 여지가 보인다.

친박계 일각은 내년 1-2월 조기 전대라면 박 전 대표가 나서도 괜찮지 않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시각은 '선거의 여왕'인 박 전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입지를 굳히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