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항쟁 정치적 악용 시도에 쐐기" 해석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6.10 민주항쟁 기념사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제도와 외형은 갖춰져 있지만 운용과 의식에서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념과 집단이기주의, 불법과 폭력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는 합리적인 절차와 제도 그 자체라면서 독선적 주장과 극단적 투쟁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토론과 합리적인 대화가 존중받는 성숙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성숙한 민주주의는 성숙한 시민이 자율과 절제, 토론과 타협을 통해 만들어가는 위대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당면한 경제위기와 북한의 군사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또 선진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차분하고 신중하게 공익과 국익을 우선하면서 서로 돕고 단결하는 성숙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이처럼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 것은 이념과 집단 이기주의에 의한 국민분열이 국가 발전은 물론 민주주의 자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6.10 항쟁 기념일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의 재점화 계기로 활용하려는 일각의 시도를 견제하려는 의미도 들어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야당과 시민사회, 학계 일각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고 현 정권에 각을 세우고 있는 데 대한 정면 반박의 성격도 곁들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민주주의의 위기를 거론하는 세력이 바로 `민주주의의 왜곡'을 불러오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하면서 사회갈등과 분열이 아닌, 사회통합과 단합을 이룰 수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주창했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은 요즘 상황을 법치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보는 것 같다"면서 "이번 6.10항쟁 기념사는 야당 등이 6.10 항쟁을 악용해 서울광장을 점거하는 일 등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올해 6.10 항쟁 기념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던 군중이 연일 광화문을 메웠던 지난해 6.10항쟁 기념사와 비교할 때 내용과 표현의 수위가 한층 강해지고 단호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10 항쟁 기념사에서는 "더욱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뜻을 받들어 힘 있게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