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 서거 과정을 수사해 온 경남지방경찰청 수사본부(본부장 이운우 치안감)는 5일 유서 내용과 이모 경호관 등 관계자들의 진술,현장감식 및 검증 결과 등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투신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본부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과정과 수행경호관의 행정과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전 5시 26분에 컴퓨터에 유서를 작성,저장한 뒤 오전 5시47분 사저 정문을 나서 산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6시10분께 노 전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 도착→노 전 대통령 지시로 경호관 정토원 뛰어감→오전 6시17분 부엉이바위로 돌아오니 대통령 없는 것을 확인→오전 6시 52분 노 전 대통령 부엉이 바위 아래에서 발견→오전 6시56분 이송 차량 경호동 출발해 오전 6시59분 세영병원으로 후송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의 직접 사망원인은 두개골 골절 및 두부손상,다발성 골절과 내부장기손상에 의한 것이며,추락사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골절소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감식결과 현장에서 수거한 혈흔 34점과 모발 67수 및 바지섬유 4올 등이 노 전 대통령의 것으로 최종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1일 부엉이 바위에서 발견한 섬유흔은 노 전 대통령의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또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당일 아침 사저 뒤편 부엉이바위로 향하는 모습과 전날 사저에서 촬영된 CCTV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이 공개한 CCTV 영상에는 지난달 23일 새벽 오전 5시47분께 노 전 대통령이 이모 경호관과 함께 사저를 나선뒤 담벼락에서 뿔을 뽑는 모습과 전날인 22일 오후 노 전 대통령이 권양숙 여사,아들 건호씨와 함께 정원을 정리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경찰이 공개한 영상은 사저 안 현관에서 정원을 촬영한 CCTV 영상과 사저 문 밖을 촬영한 CCTV 영상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비교적 자세하게 나왔다.

하지만 화면이 흐릿해 노 전 대통령의 표정까지 인식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경찰은 “유족 측으로부터 ’CCTV 공개 여부를 경찰에서 판단하고 그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받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심부름으로 ‘경호공백’ 논란을 일으켰던 이 경호관에 대해서는 “그동안 법학교수와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에게 자문한 것을 종합해 볼 때 근접 경호에 실패했지만 고의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형사처벌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경찰은 검찰과 협의해 변사 처리가 완료되는 시점에 김해서부경찰서에 설치된 수사본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래는 진혼제가 고인이 투신한 부엉이바위 아래에서 이날 거행됐다.

노 전 대통령의 유골이 안치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화산 정토원은 이날 오전 8시께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해 발견된 지점에서 10여m 떨어진 공터에 제단을 차려놓고 진혼제를 열었다.

진혼제에는 유족대표로 노건호씨가 참석했으며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명계남 노사모 전 대표 및 노 전 대통령의 비서진들도 참석해 명복을 빌었다.

이어 오전 10시부터는 이재가 정토원 내 수강전에서 진행됐다.

이재는 49재의 두번째 제사로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은 다음 7일마다 불경을 외면서 재를 올려 죽은 이가 그 동안에 불법을 깨닫고 다음 세상에서 좋은 곳에 사람으로 태어나기를 비는 제례의식이다.

이재에는 초췌한 모습의 권양숙 여사가 비서관의 부축을 받으며 참석했으며 아들 건호씨 내외 등 유족과 추모객 수백명이 참석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이해찬 전 국무총리,이정우 전 청와대 경제수석,성경륜 전 청와대 정책실장,천호선 전 청와대 비서관,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일반 신도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창원=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