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제재 '한뜻'..중국 설득이 관건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3일 서울 행보는 분주했다.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위협을 서슴지 않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특별히 파견된 '오바마의 특사' 같은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일본 일정을 마치고 전날 늦게 서울에 도착한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권종락 외교부 제1차관과 공식 회담하고 곧바로 한남동 외교장관 공관으로 이동, 유명환 외교장관과 면담을 겸한 협의를 가졌다.

이어 오후에는 이상희 국방장관을 예방한다.

이번 연쇄회담을 통해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맞설 한.미 양국간 공동 대응 방안이 협의되고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연쇄 협의의 방향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강력하고 통일된 대응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설득에도 불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미사일 쇼'를 벌이는 북한에 대해 '이번에는 타협보다는 확실한 응징'을 가할 것이며 방법은 미국이 주도하는 형식이 아닌 국제사회가 함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한.미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현재 마련중인 대북 제재 결의안이 시의성 있으면서 효과적인 내용이 담긴 방향으로 처리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금융제재 방안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진 금융제재 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게 당국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한.미 협의를 통해 금융제재에 중국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협의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일본 방문 기간에 "중국이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으며 우리와 공통의 입장에 서는 것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 외에도 북한을 6자회담 등 협상장으로 이끌기 위한 대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권종락 차관과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의 논의가 효과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안보리 논의와 다른 6자회담 참가국간 공조가 북한에 비핵화 프로세스로 돌아오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입장이 북한을 상대로 강력한 응징을 하는 것이지만 북한이 협상장에 돌아오기로 할 경우 대화에도 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스타인버그 부장관 일행은 알려진 대로 화려한 면면을 자랑했다.

향후 북한과의 협상 등을 총괄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 외에도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 월리스 그레그손 국방부 아태차관보, 제프리 베이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 북핵 문제를 비롯해 한반도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미 정부 내 고위인사가 모두 함께했다.

특히 언론의 관심은 레비 재무차관에 쏠렸다.

그는 2005년 9월부터 북한의 계좌 동결 등을 골자로 하는 BDA(방코델타아시아)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4일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회동,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간 대응책에 대한 마무리 조율에 나설 예정이다.

미 대표단은 5일 새벽 방한 일정을 마치고 다음 행선지인 중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애초 방문하려 했던 러시아는 일정상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aayy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