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 · 아세안(ASEAN · 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ESL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각국 정상들의 편의를 위해 직접 영어(English)로 설명하고, 음식을 대접(Serving)하면서 행사를 안내(Leading)하는 등 세심하게 손님을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핵심을 찌르는 영어로 '웃음선사'

행사 마지막 날 이 대통령의 짧고(?) 쉬운 영어가 빛을 발했다. 2일 오전 각국 정상은 첫 일정으로 행사장인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 마련된 '녹색성장 전시관'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전시관 입구로 들어설 때 11개의 대형 LED 화면에 환영 인사 자막과 함께 아세안 정상들의 얼굴이 나오자 "Where is my face?(내 얼굴 어디갔나?)"라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추적형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안내원이 어려운 영어로 설명하자 "It's like a sunflower(해바라기 같다)"라고 핵심을 찔렀다. 수소연료자동차 부스에서는 "This is our dream(이게 우리의 꿈이다)"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마트 원자로(중소형 원자로)를 설명할 때는 안내원의 설명 후 'No pollution at all(전혀 공해가 없다)"이라고 부연했다.

◆앞치마 두르고 배식

이 대통령은 식사나 다른 행사진행 때도 다른 정상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했다. 오찬 장소는 제주 중문 신라호텔 옥상 파고라 전망대에 마련됐다.

먼저 오찬장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자리가 바다를 보게 돼 있자 즉석에서 타국 정상들이 바다를 볼 수 있게 자리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이 후 앞치마를 두른 후 쇠고기 불고기 꼬치를 구워 하나씩 접시에 얹은 후 정상들에게 나눠줬다. 정상들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고 이 대통령은 꼬치 음식을 먹기 좋게 장갑 낀 손으로 막대기를 일일이 빼줬다.

◆행사장 직접 안내하기도

이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 일정 때문에 이날 오전에 먼저 떠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위해 전날(1일) 따로 녹색성장전시관을 안내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인도네시아 방문 때 양국이 목재를 원료로 한 에너지원을 공동 개발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던 점을 언급하며 관련 전시 내용을 설명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전시관을 둘러본 뒤 "너무 좋았다"면서 우리 정부에 물관리 센터 등에 관한 자세한 자료를 요청했으며 자국 정보통신부 장관에게는 "전시관에서 본 한국 모델을 벤치마킹할 게 없는지 꼼꼼히 챙겨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김윤옥 여사도 이날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정상 부인들과 천지연과 제주 민속촌을 함께 둘러보면서 우의를 다졌다.

서귀포=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