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 직접 구우며 "한식세계화 말로만 하면 안돼"

이명박 대통령은 한ㆍ아세안특별정상회의 폐막일인 2일 낮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 전망대에서 아세안 정상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공식 오찬을 베풀었다.

이 대통령은 오찬 시작 6분 전 도착해 미리 헤드 테이블을 둘러보면서 불편한 점이 없는지 사전 점검했다.

자신의 좌석이 바다를 바라보게 돼 있자 "손님들 위주로 배치하라"며 육지를 바라보는 쪽으로 좌석을 바꿨다.

가랑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아세안 지도자들이 우산을 쓰고 오찬장으로 입장하자 이 대통령은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숯불 화덕에서 바비큐 꼬치를 직접 구워 눈길을 모았다.

"몸이 좋지 않다"며 불참한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을 제외하고 10명의 정상이 오찬을 함께한 가운데 이 대통령은 쇠불고기 꼬치, 이슬람 정상을 위한 양고기 꼬치, 채식주의자를 위한 전복 꼬치 등 10개의 꼬치를 정성스럽게 구워 일일이 정상들의 접시에 올려놓았다.

아세안 정상들은 이 대통령이 꼬치를 굽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이 대통령이 우리를 위해 요리를 한다"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꼬치를 구우면서 "이는 (한국음식을) 전 세계에 홍보하려는 것"이라며 "10년 걸릴 것을 이번 기회를 계기로 1년 만에 하려고 한다.

한식 세계화, 말로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꼬치를 다 구운 뒤 '배 와인'을 들고 건배를 제의하면서 본격적으로 오찬을 시작했다.

꼬치 요리 이외의 식단도 알려진 대로 모두 한식 일색이었다.

'어울림의 미학'을 주제로 한 이날 정상 오찬은 모듬 바비큐를 주요리로 죽순볶음, 쇠고기 찹쌀구이, 잔치국수 등을 곁들여 조화와 균형미를 추구했다.

민어탕수 등으로 구성된 해산물 코스와 돼지고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을 위한 `하랄(halal)' 코스도 준비됐다.

아세안 정상들은 대부분 한식 요리를 거부감없이 즐겼다고 주최 측 관계자들이 전했다.

한 정상은 "very special(정말 특별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김은혜 부대변인은 "거의 모든 정상들이 접시를 깨끗이 다 비웠다"면서 "아시아 각국의 취향과 전통을 배려하면서도 한식을 홍보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특별정상회의 제2차 세션에서는 아세안 의장국인 태국의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마무리발언을 통해 "우리는 이번에 제주도에서 한ㆍ아세안의 대화관계 수립 20주년을 기념해 허니문을 온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오는 10월 태국에서 두 번째 허니문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