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DMZㆍ서해 국지적 도발 위험..전면전 가능성은 희박"

김병관 전(前)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대장)은 1일 최근 북한의 도발 행위와 관련, "북한이 핵실험 이후 비무장지대(DMZ)나 서해 등지에서 국지적 무력 도발 행위를 계속 시도할 위험성은 크지만 북한이 전면전에 나설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군문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에서 연수 중인 김 전대장은 이날 연구실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 세습 문제는 단기간에 이뤄질 사안은 아니며 후계자를 공식 지명한다 해도 실질적인 권력 이양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대장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돼야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가 대북 지원과 관련해선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말고 더 일관된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북한을 길들이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김 전대장과의 문답.

--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질 것 같은데 전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나.

▲ 비무장지대나 서해상의 무력 충돌 가능성 등 북한의 국지적 도발 행위가 빈발할 가능성은 있다.

북한군이 민감한 지역에서 위협사격을 가해 올 수 있다.

그러나 전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북한군의 능력은 북한 군부가 제일 잘 안다.

그동안 북한이 군장비와 인력 증강 등에 지출한 내역 등을 감안해 보면 전면전을 수행할 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전면전은 승리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북한이 승리를 보장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북한이 한때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했던 것처럼 서울 일대에 포탄을 쏘는 극단적인 도발 행위를 한다면 전면전은 불가피하겠지만 북한 군부가 자신의 능력을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마당에 그럴 상황은 아닌 듯하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등으로 북한 체제 내부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보나.

▲ 지난해부터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많이 불거졌는데 `심장 박동기'를 사용하고 있고 심장 박동기 교체 기간이 지나 바꾸게 되면서 좀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는 들었다.

그렇다고 건강 문제가 심각한 것 같지는 않다.

-- 북한 군부 강경파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는데.

▲ 군부의 입김이라고 까지 얘기할 수 있을지 좀 어색하다.

군부 세력을 제어할 수 있을만큼 김정일의 현재 권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본다.

군부 전체가 김정일에 대항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김정일 체제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건 무리다.

최근의 도발 행위가 북한 체제 내부 문제와 무관치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김정일 권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는 건 문제가 있다.

-- 일련의 도발 행위가 북한 세습 체제와 관련이 있을지.

▲ 김정일이 후계자를 공식 지명한다 해도 섣불리 권력을 이양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김정일 자신의 경험과 관련이 있다.

김일성 전주석이 약 20년간 김정일로의 권력 이양을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일은 아버지인 김일성의 권력에 대항하고 자신만의 정권을 물려받기 위해 노력했다.

남북 정상회담 직전이던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하는 과정에 김정일이 간접 개입돼 있다는 일부 대북 전문가들의 관측이 있었다.

사망 당시 김일성이 스트레스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별장으로 가는데 김정일이 의도적으로 의사를 대동시키지 않고 보냈다는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간에 벌어진 심각한 권력 충돌과 갈등 양상으로 비쳐진다.

김정일이 조만간 후계자를 지명한다 해도 자신의 경험상 쉽게 권력을 물려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독재자의 가장 큰 속성 중 하나는 권력은 절대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후계자만 정하고 실권은 안주는 방식이 예상된다.

실질적인 권력 세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 대북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전문가가 많은데.

▲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문제는 상당히 미묘하다.

지금 당장 중국이 북한의 도발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에게 유리한 게 아닐 수 있다.

북한이 중국을 모델로 한 개방 정책을 취하는 게 낫다고 보는 견해가 있고 실제 북한 상류층으로선 한국이나 미국 모델보다는 중국 모델을 더 선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장악할 수준의 상황이 되면 한반도 정세가 우리에게 더 불리해질 수 있다.

서해상 뿐아니라 동해상에서도 중국 군함이 활개를 친다면 한국과 미국, 일본, 러시아 등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고 중국 때문에 한국이 군사.외교적으로 더 고립되는 상황을 맞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