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발칵 뒤집혔다. 지난 5년 동안 민주당에 비해 우위에 있던 정당 지지율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특히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크게 낮아졌고 텃밭인 PK(부산 · 경남)에서도 이탈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지율 역전 이유는

1일 한겨레신문(리서치플러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27.1%)이 한나라당(18.7%)을 8.4%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지난달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의 지지도가 27.3%로 크게 올랐고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20.8%였다.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이날 이례적으로 자체 여론조사 결과 한나라당 26.4%, 민주당 25.8%로 나왔다고 밝혔다. 전체적인 추세가 민주당이 상승세인 반면 한나라당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민주당(당시 열린우리당)으로선 2004년 9월 여론조사 이후 4년8개월 만의 지지율 역전이다. 탄핵역풍 속에서 우세를 유지하다가 국가보안법 등 4대 개혁법안의 무리한 추진으로 그 해 9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에 밀렸고 그 이후 한 번도 앞질러 보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이해 전세가 단번에 뒤집힌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의 정,계속되는 경제 어려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노무현 효과' 지속될까

여권 핵심 관계자들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될지 몰랐다"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중진의원은 "추모 분위기가 이어지면 10월 재보선 뿐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도 어렵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물론 이런 여론추이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잘해서 평가를 받은 게 아니라 외부 변수에 의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 등 정서적 요인이 얼마나 오래갈지 알 수 없어 가변성이 대단히 크다"면서 "어차피 상대방의 실수로 점수를 따는 여야 간 헛발질게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누가 헛발질을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