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아세안 민간분야가 적극 협력한다면 글로벌 경제 위기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3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CEO 서밋(최고경영자 정상회의)'에서 경제인들은 한 목소리로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공동번영을 이룩하자고 역설했다.

`CEO 서밋'은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과 아세안 재계의 대표급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대고 당면 현안인 세계 경제위기 극복과 공동번영 방안을 모색하도록 마련한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700여명의 기업인들이 참여, 성황을 이뤘다.

각국 기업인들은 이번 회의에서 교역과 투자 등 다방면에서 공조체제를 구축하자며 여러 제안들을 쏟아냈다.

특히 경제인들은 이 회의가 정상회의와 연계해 열리는 행사인 만큼 실효성 있는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한ㆍ아세안 재계 첫 만남 = 우리나라와 아세안 국가 주요 경제인들이 같은 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이다.

국내 및 아세안 경제인들이 개별기업이나 기관 단위가 아닌 `대표급 회의'를 연 것은 한국과 아세안 모두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데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에 공동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
아세안 10개국을 합치면 인구가 5억9천만명으로 세계 전체 인구의 8.69%를 차지한다.

또 아세안과 한국의 총 교역규모는 902억 달러로 아세안은 중국 및 유럽연합(EU)에 이어 한국의 3대 교역대상이다.

손경식 상의 회장은 "세계 경제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선진국보다 신흥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한-아세안 FTA 상품협정 및 서비스 협정 등은 두 지역간 번영의 청사진을 그리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이날 회의에 의미를 부여했다.

◇"아시아가 세계경제 주도..상호협력 절실" = 이날 각국을 대표하는 재계 인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호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면서 민간부문이 주도적으로 경제 교류를 활발히 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난국 속에서도 번영의 기회들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것.
수린 핏수완 아세안 사무총장은 "한국은 작년 4분기 이후 한 분기만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성장도 세계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 각국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가 성장 기조를 이어가려면 내수경제에 의한 경제성장정책으로 (정책방향을) 재편할 필요가 있고 금융시스템 효율화 등 시장개혁도 유지해야 한다"면서 "민간부문의 참여와 기업친화적 환경 조성을 통해 역내 경제통합을 이루면 아시아의 경쟁력도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아시아는 거대 인구를 기반으로 실질 수요를 지니고 있고 잠재력이 풍부해 향후 세계경제를 주도할 국가들"이라며 "경제회복을 위해 아시아지역의 상호 협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경제의 재편은 계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빈센트 쳉 HSBC 아시아지역 회장은 "금융위기가 아시아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재편 추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향후 신흥국 주변으로 자금이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동번영을 위한 실질적 협력방안 논의 = 이번 회의에서는 우리나라와 아세안이 경제협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논의됐다.

아세안 경제인들은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IT와 인프라, 노동집약 산업 등 분야에서 한국의 기업인들이 아세안과 사업을 제휴하거나 투자를 늘리면 양측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구엘 바렐라 필리핀상의 회장은 "IT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의 리더십이 아세안 국가의 성장을 보완해 줄 것"이라며 "필리핀이 지니고 있는 인적 자원과 합쳐지면 태평양 시대의 경제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소프얀 와난디 인도네시아 경영자협회 회장은 "인도네시아는 1997∼1998년 이후 인프라 개발 부문에서 점점 낙오되고 있고 노동집약적 산업 투자도 감소했다"며 "두 가지 사업에서 한국 투자자들이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옥냐 킷 멩 캄보디아 상의 회장도 캄보디아의 기업 활동 여건을 소개했다.

그는 "많은 분들은 캄보디아 황실 정부가 아세안에서 친기업 성향이 가장 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빈곤 감축을 위해 민간 부문이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정부에서 이를 지원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캄보디아 정부는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믿고 있으며 옳지 못한 일을 하는 기업들에는 훈센 총리가 공개적으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이것이 `지각 있는 균형(sensible balance)'의 추구"라고 덧붙였다.

(서귀포연합뉴스) 박용주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