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장이 끝나자 봉하마을 주민들은 미뤄온 모내기 준비에 나서는 등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추모객들의 발길은 이어졌지만 하루 십수만명씩 몰리던 국민장 기간과는 달리 주말 나들이를 겸한 가족 단위 조문객이 많아 한결 차분해진 분위기다.

휴일인 3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는 10만명가까운 조문객이 다녀갔다. 섭씨 30도를 웃도는 뙤약볕에도 봉하마을 진입로에서부터 2㎞를 걸어온 조문객들은 마을회관 앞 분향소에 200~300m씩 늘어서며 30분~1시간을 기다렸다.

주말을 맞아 가족 단위 조문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대구에서 온 회사원 이정훈씨(40)는 "아침 일찍 가족과 함께 왔다"며 "다소 열기는 식었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공부가 될 것 같아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진과 영상물 등이 전시 · 상영되고 있는 노사모 자원봉사지원센터에도 가족 단위 조문객이 방문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을 되새겼다.

분향소를 나선 조문객들은 서거 당일 노 전 대통령이 걸어갔던 '봉하마을~부엉이바위~정토원'에 이르는 '추모코스'를 따라 걸으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서울에서 온 회사원 이영진씨(52)는 "마지막 가신 길을 따라가다 보니 마치 그 분의 아픔이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토원 측은 이날 오전에만 1만6000여명이 다녀갔다고 밝혔다. 정토원에 오른 많은 조문객들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한 부엉이바위에 관심을 보였지만,부엉이바위로 통하는 길목에 경찰의 출입통제선이 처져 있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다.

노 전 대통령의 사저는 조용했다. 권양숙 여사와 건호,정연씨 남매 등은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유족 측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덕수궁 대한문 앞도 주말을 지나면서 차분한 모습이다. 이날 대한문 앞 광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2500여명의 조문객이 다녀갔다. 이곳에선 오후 6시 살풀이 진혼제가,오후 7시부터는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한편 노 전 대통령 측 김경수 비서관은 이날 봉하마을 취재진용 임시 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유가족은) 국민장 기간 저희와 슬픔을 함께 나누며 애도하고 추모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봉하마을=이재철/김일규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