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은 전 국민의 추모 열기 속에 엄숙하고 경건하게 치러졌다. 이명박 대통령 내외와 김영삼,김대중 전직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종교계 지도자 등 영결식에 참석한 2500명의 각계 인사들은 모두 숙연한 마음으로 고인의 넋을 기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정치적 이념과 종교,계층을 떠나 한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전 국민이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갈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전 · 현 정권의 대표로 나선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화해와 통합이 고인의 뜻을 받드는 것임을 강조했다.

국민장 공동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는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조사를 통해 "대통령님의 뜻을 되새기면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다짐을 새롭게 할 것"이라며 "화합과 통합을 반드시 실현하고 세계 속에 품격 있는 선진 일류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와 공동으로 장의위원장을 맡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조사에서 "세상은 '인간 노무현'으로 살아갈 마지막 기회조차도 빼앗고 말았다"며 현 정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그렇게 하셨던 것처럼 분열로 반목하고 있는 우리를 화해와 통합으로 이끌어 달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한 이명박 정권과 이에 투신 자살로 저항한 노 전 대통령 정권의 총리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갈등과 반목을 멈추고 화해와 통합의 길로 나아갈 것을 제안한 것이다.

시민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뜨거우면서도 순수한 추모 열기를 나타냈다. 노제가 열린 서울광장에는 18만여명(경찰 추산)의 인파가 몰려 발디딜 틈이 없었지만 큰 혼란이나 불상사 없이 평온하게 진행됐다. 노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면서도 우리 사회가 더 이상 분열의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시민 박태훈씨(38)는 "노 전 대통령이 반목과 갈등의 마지막 희생자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제 국론 분열을 마감하고 서로가 사랑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보 정당들과 민주노총 등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는 추모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서울광장 일대에 정치적 구호가 담긴 유인물을 곳곳에 뿌렸다. 대학생 김대환씨(26)는 "영결식에서 만큼은 싸우지 말고 한마음이어야 할 텐데 정치싸움이 벌어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