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구축함 전진배치… K-9자주포.대공미사일 보강

군당국은 27일 북한이 서해 5개 섬 주변을 항해하는 남측 함정과 선박의 안전항해를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함에 따라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대비태세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 판문점대표부는 이날 "서해 우리의(북의) 해상군사분계선 서북쪽 영해에 있는 남측 5개 섬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수역에서 행동하는 미제 침략군과 괴뢰 해군함선, 일반선박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남측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를 선언하자 이런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군당국은 북측 판문점대표부가 서해 5도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 수역의 선박 안전항해 문제를 거론한 것은 1999년 9월2일 일방적으로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과 2000년 3월23일 발표한 '서해 5개섬 통항질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북한은 당시 NLL 훨씬 남쪽 해상에 해상군사분계선을 설정하고 그 수역을 인민군 해상군사통제수역으로 정했다.

특히 북측은 이 수역 안에 있는 백령도와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5개 섬을 출입하려면 자신들이 지정한 2개의 수로만 이용하라고 일방적으로 선언하기도 했다.

즉 서해 5개 섬은 남측 관할이지만 섬 주변의 수역은 북측 통제수역이니 만큼 북측이 정한 수로 2곳만을 통해 섬을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판문점대표부의 주장은 2개의 수로를 이용하지 않는 남측 함정이나 선박에 대해서는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진다.

우리 정부는 NLL이 1953년 8월30일 정전협정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설정된 이후 50여년간 지켜져 온 실질적 해상경계선이기 때문에 북측의 해상군사분계선과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북한 합의로 서해 해상경계선이 설정되기 전까지는 NLL이 남북 해상을 분리하는 실질적 경계선이기 때문에 이를 끝까지 사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은 NLL 해상에 한국형 구축함(KDX-I.3천500t급) 1척을 전진 배치해 유사시 북한 경비정의 기습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NLL의 최일선 경계임무는 해군 고속정이 맡되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면 구축함을 NLL에 근접시켜 고속정을 지원하는 한편 필요시 북한 경비정을 격침시킨다는 것이다.

KDX-I은 127㎜ 주포 1문과 1분당 20mm탄 4천500발을 발사해 항공기를 요격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2문, 대함유도미사일인 하푼, 함대공미사일 시스패로, 어뢰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또 군은 백령도와 연평도에도 K-9 자주포와 대공미사일을 증강배치해 북한의 해안포 공격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 130mm(사정 27km), 76.2mm(사정 12km) 해안포와 152mm 지상곡사포(평곡사포) 등을 배치해 놓고 있으며 지난 1월17일 '대남 전면대결태세 진입' 성명 이후 포 진지를 노출하고 포문을 열어 놓고 있다.

만약 북한이 우리 함정을 향해 해안포를 발사하면 사거리 40km의 K-9 자주포로 응징한다는 계획이다.

목표물 명중률이 뛰어난 K-9 자주포는 분당 6발을 쏠 수 있으며 급속발사 시에는 15초에 3발을 발사할 수 있다.

공군은 북한 전투기의 NLL 월선에 대비해 비상출격태세를 갖추고 있다.

북한 공군의 훈련 횟수는 1월부터 현재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배 가량 늘어났으며 우리 군이 북한 상공에 설정해 놓은 특별감시구역 남쪽으로 비행하는 횟수도 예년보다 2~3배가 증가했다.

이 때문에 우리 공군의 대응 출격도 예년보다 4배가량 증가했으며 NLL 일대 대응출격을 위한 편대 수도 증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작전계획상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함정을 포함해서 화력 등 다양한 대비수단을 지속적으로 보강하고 있다"면서 "NLL 일원에서 북한의 다양한 도발 유형 시나리오별로 대응책을 구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돌 가능성과 관련, 군이 고심하는 부분은 서해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조업활동이다.

현재 NLL 해상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은 연평도와 대청도 해상에 각각 113척과 174척에 이르며 어획량이 예년보다 2t가량 증가해 더 몰려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군은 예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NLL 일대 어획량의 증가로 우리 어선들도 NLL을 월선해 조업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북한 함정은 중국어선을, 우리 함정은 남측 어선을 각각 단속하는 과정에서 예기치못한 충돌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