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제재안 검토..北에 항의단 보낼 듯

중국이 북한의 2차 핵실험 실시에 대해 구체적으로 직접 대응할지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제재 결의안을 준비중에 있고, 미국이 북한에 금융분야를 비롯해 독자적인 제재를 가할 움직임이지만 북한의 생존권을 쥐고 있는 중국이 제재에 적극 나서지 않는 한 그 어느 방안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은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 말고는 27일 현재까지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 실시 당일인 지난 25일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것을 보면 불만과 분노의 수위가 짐작이 간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이 말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최고위급 안보회의를 긴급 소집, 북한에 대해 단계적인 제재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우선 강경 내용의 성명으로 불편한 심기를 북한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고위층은 북한으로부터 이번 핵실험에 앞서 사전 통보를 받고 강력히 만류했는데도 평양 당국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해 분노하는 한편 안보위기가 닥치고 있음을 실감했을 것이라고 한 소식통은 말했다.

중국은 또 성명과 별도로 북한에 직접 입장을 전달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전날 2차 핵실험을 실시한 이후 중국의 입장을 북한에 직접 표명했다"고 밝혔으나 북한에 전달한 입장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형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같이 구체적인 입장 표명에 뜸을 들이자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도 진전이 늦어지고 있다.

유엔의 한 고위 외교관은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번 주 내에 결론이 나기는 무리라고 본다"면서 "특히 중국의 입장이 정해지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단계적인 제재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늦추고 있는 것은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고 해명과 대응책 마련에 시간을 주기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북한에 강도높은 불만과 분노를 전달하기위해 조만간 고위급 대표단을 보내 항의를 표시하고 북한에 6자회담에 복귀에 협상을 통해 핵폐기에 나설 것을 촉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대한 입장도 북한의 상황과 태도를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한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그러나 북한이 끝내 협상에 의한 평화적인 해결방안을 거부하고 강경일변도로 치달을 경우, 직접 제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북아 문제 전문가이자 미국 칼럼니스트인 고든 창은 26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기고를 통해 "북한 석유의 90%, 북한 소비재의 80%, 북한 식량의 45% 가량을 중국이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외부 세계로 나가는 유일한 육로이며 현재 북-중간에는 철도 몇 개와 비공식으로 15개의 도로가 있기 때문에 국경 폐쇄는 엄청난 압력이 된다.

특히 신의주와 마주 보는 단둥(丹東)에는 북한으로 가는 송유관이 연결돼 있다.

중국이 송유관 수리를 이유로 2-3주만 송유를 중단해도 북한의 에너지 사정은 크게 곤란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