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3일 오전 봉화산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했을 당시 경호관이 옆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경위를 재수사하고 있는 경남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26일 "경호관이 '등산객을 아래로 내려보내고 오니 대통령이 없어졌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경호관을 김해서부경찰서로 불러 3차 조사를 벌여 이 같은 진술을 받아냈다. 경찰은 27일 중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경찰은 노 전 대통령이 투신 직전에 부모님의 위패를 모신 인근 사찰 정토원에 들렀던 사실을 확인하면서 이모 경호과장에 대한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지난 23일 이 경호관의 진술을 토대로 "노 전 대통령은 경호관과 함께 오전 6시20분부터 45분까지 부엉이 바위에 머물렀다"고 발표했지만 노 전 대통령이 당일 정토원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된 것.유서를 써놓고 사저를 나와 투신하기 전 부모님 위패에 '하직인사'를 하며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이 과장을 상대로 정토원에 들른 사실을 지난 23일 조사에서 '왜 숨겼는지''경호상 문제는 없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또 사전에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도 확인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정토원 선진규 원장(75)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 새벽 경호원이 '계시냐'며 나를 찾아왔었다"고 말했다. 또 이 사찰에서 음식 공양을 담당하는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사찰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봤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이 경호관이 조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정토원에 들렀다는 사실만 얘기했을 뿐 구체적인 얘기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경찰은 2차 수사결과 발표 때 노 전 대통령의 시간대별 이동경로를 발표하면서 이 부분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25일 "노 전 대통령과 경호관은 오전 6시25분께 부엉이 바위를 출발해 6시30분께 정토원 입구 공터에 도착했다"며 경호관으로부터 전해 들은 상황을 전했다. 천 전 수석은 "정상 쪽을 향하다 발걸음을 돌려 6시20분께 부엉이 바위에 처음 도착해 5분간 머문 뒤 정토원에 갔다가 바위에 다시 되돌아온 시간이 6시40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노 전 대통령은 부엉이 바위에서 5분가량 머물다 투신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운우 경남청장은 "수사가 미진한 점을 인정한다"며 "전 국민이 지켜보는 역사적이고 중대한 사안인 만큼 한치의 의혹도 없이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중대 사안에 대한 초기 수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경호관의 진술에만 의존해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봉하마을=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