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전격적인 2차 핵실험이라는 충격파 속에서도 기민하고 분주한 대응에 전력투구했다.

25일 오전 10시15분께 한국지질자원연구원으로부터 북한 함경북도 길주에서 진도 4.5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된 이후부터 '대통령부터 실무 당국자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그야말로 쉴틈없는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우선 인공지진파 감지 보고를 받은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곧바로 베트남에서 열린 아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중인 유명환 외교장관에 보고했다.

유 장관은 즉각 "6자회담 참가국들을 포함한 국제공조를 단단히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유 장관은 또 하노이에 함께 있던 나카소네 히로후미(中曾根弘文) 일본 외상과 회담을 갖고 조속한 유엔 안보리 개최를 비롯한 강력한 대북 대응책에 합의했다.

이어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과도 회담을 가졌다.

북한의 핵실험 시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과 대면협의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최대한 살린 것이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는 "중국과 일본과의 대면 협의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전반적인 윤곽과 향후 대응책의 방향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유 장관은 더 나아가 하노이에서의 '또다른 일정'을 소화했다.

일본과 중국과의 회담 결과를 토대로 25일 저녁 베트남 현지에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 전화협의를 가진 것이다.

이를 통해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력하고 단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외교장관의 연쇄 협의를 바탕으로 유엔 안보리에서 매우 신속한 속도로 핵실험 대응책 논의에 착수할 수있었다는게 외교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도 상당히 기민하게 대처했다.

이 장관은 25일 핵실험 정보 포착 사실을 참모로부터 보고받은 직후 군 당국의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을 신속하게 지시했다.

이어 26일에는 중국을 방문, 량광례(梁光烈) 국방부장과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따른 대책 등을 논의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실무협의는 유명환 장관의 지시를 받은 위성락 본부장이 주로 수행했다.

위 본부장은 미국을 비롯한 관계국과 협의를 통해 정확한 상황 파악과 대응책을 협의했다.

이를 토대로 위 본부장은 25일 같은날 오후 외교부 관계국장들을 모두 불러모아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같은날 오후에는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현 상황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정상차원의 움직임도 긴박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핵실험과 관련된 보고를 받은 후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가진데 이어 26일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케빈 러드 호주 총리 등과 연달아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북핵 현안에 정통한 고위 외교당국자는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해 양자보다는 다자 차원의 대응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며 "관련국과 안보리에서 적절한 조처를 취해 나가는 등 국제사회의 신속한 행동을 통해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북한에 인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